'n번방 부끄럽다' 연이은 극단 선택.."법으로 벌 받아야"
심동준 입력 2020.03.28. 13:30
성착취 유통 공분..대대적 수사, 신상공개 요구
전남 여수선 n번방 관련 자수 전 음독 20대도
"죄값 받는 것" 목소리..사적 복수 경계 시선도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 등 사건에 대한 대대적 수사 전개와 국민적 공분 속에서 이같은 성착취물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최근 연이어 발생했다.
28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7일 서울 영동대교 강북 방향 중간 지점에서 40대 직장인 남성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남성의 가방에는 "박사방에 돈을 넣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주빈(25·구속)이 운영한 '박사방'은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 및 유통 경로로 지목되고 있는 대화방 가운데 하나다. 다만 투신한 남성은 투신 직전까지 박사방 등과 관련해 경찰에 붙잡혔거나 수사 대상에 포함된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성착취물 경로로 거론된 대화방은 박사방 뿐만 아니라 'n번방', '완장방' 등 다양하다. 이 같은 대화방은 암호화폐 등을 이용한 유료 회원제로 운영됐으며, 회원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여성을 성착취물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같은 성착취물 유통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고, 이는 역대 최다 수준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 여론 속에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로 지목된 조주빈의 신상을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조항(제25조)에 기해서는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또 성착취물 유통 및 방조에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는 일반인 신원을 퍼뜨리는 민간 조직 등까지 나타났다. 일부 집단은 직접 개설한 대화방에서 참여자 신상을 받아 이를 공표하는 행위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정부의 철저한 수사 의지와 민간 차원에서의 신원 추적, 비난 기조가 퍼지면서 대화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동대교에서 투신한 40대 남성 이외에 전남 여수에서는 지난 24일 오후 11시40분께 20대 남성이 음독 후 경찰에 자수하는 일도 있었다.
이 20대 남성은 n번방 성착취물을 소지·공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조사 중 이상증세를 보였고 자수하러 오기 전 음독한 사실을 언급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아울러 온라인 등에는 n번방, 박사방 등과 관련한 대처방안 문의가 증가하는 등 관련 수사와 신상공개에 따른 두려움을 호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을 현재까지 세간에서는 상당 부분 "죗값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아울러 관련자들의 "도피"라고 지적하거나 극단 선택을 종용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착취 사건 관여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엔 공감하면서도, 법에 의한 처벌이 아닌 사회적 조리돌림 등 사적 복수의 양상이 일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중죄는 법을 통해 엄벌해야지, 사회적으로 공개 처형하듯 신상을 털어 유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마구잡이식 신상 유포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지목되는 경우 그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극단 선택보다는 법에 의해 처벌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인이 충분한 검증 없이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일반인 정보를 퍼뜨리고 비난받게 하는 현상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바라봤다.
인권운동을 하는 한 활동가는 "타인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힌 사람들이 이번엔 반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면서도 "지은 죄를 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극단적 언어로 공개적 비난을 받게 하는 것은 그들이 행한 범죄를 그대로 되풀이 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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