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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과 스티브 잡스 "시대는 변하니까"

목사골 최 2016. 10. 14. 17:03



밥 딜런과 스티브 잡스 "시대는 변하니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노벨문학상 논란에 부쳐지디넷코리아 | 김익현 기자 | 입력 2016.10.14. 15:52 | 수정 2016.10.14. 16:03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1984년 1월 24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작품이 발표됐습니다. 바로 매킨토시였습니다. 당대 최고 기업 IBM을 ‘빅브라더’로 묘사했던 광고와 함께 공개된 매킨토시는 그 때까지 PC에 대한 상식을 바꾼 명작이었습니다.

그날 발표회에서 스티브 잡스는 노래 가사를 낭독합니다. 이런 가사였습니다.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거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까.”

거함 IBM에 도전장을 던진 잡스의 속내가 그대로 녹아 있는 이 노래 제목은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까(The Times They Are a-Changin’)’였습니다. 잡스가 청년시절부터 흠모했던 가수 밥 딜런의 곡이었습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윈스턴 처칠 같은 정치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대중 가수가 수상자가 된 건 116년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러다보니 적잖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밥 딜런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를 비롯한 숱한 명곡을 남긴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입니다. 한 때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요. 1970년대 한국 포크송 문화의 진원지나 다름 없던 인물이었으니까요.

(사진=Nobelprize.org)
(사진=Nobelprize.org)

■ 1984년 첫 매킨토시 발표 당시 밥 딜런 노래 가사 낭독

발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전 두 명의 위대한 인물을 떠올렸습니다. 한 명은 밥 딜런이 평생 존경했던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입니다. 본명인 로버트 앨런 짐머맨 대신 밥 딜런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도 딜런 토마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이 바로 스티브 잡스입니다. 생전의 잡스는 밥 딜런을 엄청나게 흠모했습니다. 애플 초창기엔 딜런의 음반 해적판을 수집하는데 엄청난 공을 쏟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밤을 새면서 밥 딜런의 주옥 같은 가사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엔 또 다른 흥미로운 얘기가 나옵니다. 스티브 잡스가 한 때 열 네살 연상이던 존 바에즈와 사랑에 빠진 얘기입니다. 둘은 잡스가 27세이던 1982년 처음 만나 깊이 사랑했다고 합니다. 당시 바에즈의 나이 41세였습니다.

그런데 잡스가 존 바에즈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습니다. 바로 밥 딜런 때문이었다는 설이 유력하기 때문입니다. 음악 전문 사이트 롤링 스톤에 따르면 “잡스가 존 바에즈에게 끌린 건 그가 한 때 밥 딜런과 데이트하던 사이였기 때문”이란 겁니다.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롤링 스톤이 전해주고 있습니다.

1984년 자신의 걸작인 매킨토시와 함께 포즈를 잡은 젊은 날의 스티브 잡스. (사진=헤리티지재단)
1984년 자신의 걸작인 매킨토시와 함께 포즈를 잡은 젊은 날의 스티브 잡스. (사진=헤리티지재단)


스티브 잡스는 밥 딜런의 어떤 면에 그렇게 끌렸던 것일까요? 어쩌면 변화와 혁신에 대한 통찰로 가득했던 뛰어난 음유시인이란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매킨토시 발표 행사에서 딜런을 인용했던 잡스는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거야”란 노래말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웠는지도 모릅니다.

딜런의 대표곡 중 하나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를 한번 감상해볼까요? 뛰어난 이 노래 가사말은 이렇게 구성돼 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사람이라 불리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모래에 앉아 잠들게 될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영원히 그것들이 금지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다네."

■ 그의 뛰어난 철학적 성찰은 IT 혁신의 자양분 됐을 수도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선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1953년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 이래 최악의 결정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전통문학이란 관점만 놓고 보면 분명히 일리가 있는 논쟁인 것 같습니다. 밥 딜런이 문학 테두리 안에서 ‘세계 최고봉’ 반열에 자리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 제목처럼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영역’을 과감하게 뛰어넘은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밥 딜런의 최근 모습. (사진=씨넷)
밥 딜런의 최근 모습. (사진=씨넷)

미국 디지털문화 전문매체 와이어드의 생각도 비슷해 보입니다. 와이어드는 “밥 딜런보다 더 노벨문학상에 적합한 작가들이 많이 있을 진 모른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노벨상을 준 게 잘못됐단 의미는 아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뒤에 덧붙인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맥의 탄생에 일조한 인물이라면 그 정도 가치는 충분하지 않겠냐는 게 와이어드의 주장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쓴 아이작슨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은 밥 딜런의 뛰어난 통찰력과 철학이 스티브 잡스에게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뛰어난 IT 제품은 인문학과 철학이 뿌린 씨앗을 먹고 자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밑거름이 되어준 딜런이기에, 스웨덴 한림원의 이번 결정에 더 큰 박수를 보냅니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