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보고싶다 설악은 매년 1~2회이상 오르니까 ?
설악산 오색 만경대 개방, 그 씁쓸함
10월 1일 부터 설악산 단풍시즌을 맞아 오색 만경대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등산로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해전 남설악 오색 흘림골이 수해로 폐쇄되자 관광객 감소로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막막하다며 새로운 곳을 뚫었나 봅니다.
설악산에는 만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만경대가 세군데 있습니다. 화채봉 만경대, 오세암 만경대 그리고 오색 만경대 입니다. 오색 만경대는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폐쇄된 곳입니다. 반세기 동안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원시림의 신비가 가득한 곳입니다.
10월 1일 오색 만경대로 가는 안내 산악회는 이미 예약이 끝났더군요. 오색지구 상가 번영회장은 간만에 목에 힘 좀 들어가겠죠.
오세암 만경대에서 볼 수 있는 가야동 계곡의 천왕문과 용아장성의 첨봉, 그 뒤로 서북주능 귀떼기청봉까지 내설악의 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곳입니다.
점봉산에서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하는 길목인 오색은 주전골, 흘림골 등 남설악의 비경이 있고 다섯가지 색의 오색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죠.
그런데 남한 최고의 산과 숨은 비경이 있어도 이곳에서 영업하는 가게들은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한번씩 가 보면 말 그대로 휑~하니 사람들이 별로 없긴 하더군요.
예전에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도 가고 신혼여행도 가고 경기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누가 가나요? 설악산 소공원 여기저기에 과거의 파크호텔같은 단체 숙박 시설들이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긴 합니다.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폐허가 된 설악동의 한 모텔
저도 고등학교때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와서 비선대도 가 보고 흔들바위도 흔들어 본 기억들이 남아 있습니다. 내려 오면서 할머니 선물로 비녀도 사고 들쭉술인지 뭔지도 한병 샀던 그런 기억들....
미시령 터널이 뚫리자 설악산 주변의 경기는 더 악화됐죠, 설악동이나 오색에서 이삼십분만 나가면 푸른 바다와 근사한 숙소들, 싱싱한 횟감, 다양한 맛집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시내가 있는데 누가 시설도 후지고 놀 곳도 없는 컴컴한 설악산 산속에 있을려고 할까요?
오세암 뒷쪽의 봉우리가 만경대 입니다. 삼십분 정도 오르면 설악산 최고의 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설악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갈쿠리로 돈을 끌어 담았던 호시절의 기억을 떠 올리나 봅니다.
어떻게 하면 과거의 영화로웠던 시절로 다시 갈 수 있을까? 끝임없이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웁니다.
테마관광단지로 개발, 휴양체험지구로 개발 등등 장밋빛 청사진을 떠 올리며 새로운 개발계획들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그런 청사진들의 대부분은 케이블을 놓고 전망대를 설치하는 자연을 활용하는 개발들입니다.
관광객들이 올 수도 있겠죠, 그리고 예전의 호시절이 올 수도 있겠죠. 그러나 한번 개발되어 파헤쳐진 원시림 같은 자연은 어떻게 될까요? 자연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닳아서 소모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당장의 매상을 위해 유한한 자연자원을 써 버린다면 우리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이 아껴가며 써야할 기회를 뺏앗는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자연이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날, 마른 먼지 풀풀 날리는 설악산에는 누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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