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진들

야구선수 이대호

목사골 최 2016. 7. 22. 11:48

요즘 도박에 성추문에 프로야구 선수들 질타를 받고 있어도 이대호만큼은 ?

무모해 보였던 도전의 소중한 결실을 향해

               출처 다음스포츠 | 입력 2016.07.22 09:21 | 수정 2016.07.22 09:48     

“크게 고민하지 않더군요. 안 해보면 후회할 것이 분명하니 (계약 내용에 동의하고 도전)하겠다고 흔쾌히 결정하더라고요.”


작년부터 몬티스 스포츠 그룹은 이대호(33)의 미국행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미국 진출의 모든 작업을 담당한 (익명을 요구한) 이 몬티스 관계자는 “한국에서 9년간의 성적과 기록, 일본에서 4년간의 성적과 기록, 그리고 이대호 선수에 대한 다큐 등에서 엄선한 장면 등 선수로서의 능력과 인성, 살아온 스토리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DVD를 만들었다. 영어 자막도 모두 세세히 넣었다. 그리고 서면 자료 역시 자세히 만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MLB 30개 팀의 단장과 부단장 등 관계자들에게 모두 전달됐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의외로 냉랭했습니다. 한 두 장짜리 구단의 극동담당 스카우팅 리포트에 밀려 많은 구단에서 이 자료는 그냥 묻혀버린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MLB 스카우트가 다 안목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일본 NPB는 정보 수집에 꽤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대호에 대한 한 스카우트의 자료가 돌고 도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마쓰이 히데키 이후 일본 타자들은 대부분 실패했고 일본에서의 성적은 디스카운트됐다. 수비는 아예 인정도 안 해줬다. 아마 우리가 보낸 자료를 안 본 단장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당시 암담했던 상황을 털어놨습니다.


스프링 캠프부터 온갖 난관을 각오하고 MLB에 도전장을 던진 이대호는 시애틀의 전반기 최고 히트 상품으로 팀에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시애틀의 테드 하이디 스카우트 부장은 이대호에 대한 꾸준한 고평가를 유지했습니다.

에드먼턴 청소년 대회부터 이대호를 봤고 추신수와 사사키, 조지마 등 극동의 선수들을 시애틀이 영입한 주역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이 내 놓은 조건은 역시 기대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렵사리 이대호에게 시애틀이 제시한 계약 조건을 전달했을 때 예상 밖의 흔쾌한 결정을 하는것을 보고  “그때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이대호의 도전 의지에 대해서 충분히 교감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단단하고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라고 말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여전히 약간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100만 달러 보장에 인센티브를 모두 합치면 최다 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추세로 가면 300만 달러 인센티브를 모두 받지는 못해도 대부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과의 약조로 세부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성적보다는 출전 등에 관련된 옵션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대호도 당혹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계약 조건은 메이저로 갈 경우 최다 400만 달러를 받지만 개막전 엔트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선수 측에서는 메이저 못 갈 경우 계약을 파기하는 ‘옵트 아웃’ 조항을 요구했고 구단은 그것을 받아들여 스플릿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그러나 상례대로 구단은 마이너리그 계약이라고 공개했고, 그것이 마치 이대호가 마이너로 가는 것처럼 확대 해석되면서 이대호 선수도 잠깐 당혹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이대호가 시범 경기부터 좋은 활약으로 팀이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지만, 만약 (개막전에)포함되지 않았다면 우린 당연히 옵트아웃 조항을 썼을 테고 충분히 (MLB의)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이너행은 비현실적인 옵션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대호는 시즌 초반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도 놀라운 활약을 이어갑니다.

이대호는 주어진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아주 슬기롭고 지혜롭게 대처해 관계자들을 또 놀라게 했습니다. “플래툰으로 뛸 것임을 알고 시작했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대호가 150%, 200%를 보여주려고 억지로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의 거의 100%를 모두 보여줬다는 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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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관심이나 평가도 박해서 기회가 많지 않았으니, 당연히 어쩌다 오는 기회에 무리하고 오버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인 선수의, 사람의 마음. 그러나 이대호는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놀라운 점입니다. 그가 얼마나 단단한 마음의 지녔고, 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요즘도 이대호는 “앞으로 야구할 날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요즘 정말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어 감사한다.”는 말로 관계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렇다고 이대호가 곧 은퇴하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닙니다.

이 관계자는 “이대호의 목표는 올 한해가 아니었다. 올해는 큰 부상 없이 준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계약에서는 제대로 대우를 받을 것이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모두 족적을 남긴 타자'로 남길 원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주전으로 몇 년간 뛸 수 있는 그런 계약을 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대호는 워낙 자리 관리가 철저하고 연습량과 방법, 자신에 최적화된 훈련법, 마인드 컨트롤 등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 건강만 유지하면 그 어떤 선수보다 오래 뛸 수 있는 선수다.”라고 자신했습니다.


지난 6월 3일 샌디에이고전 10점차로 뒤진 경기를 뒤집는 기폭제가 된 대타 3점포 등 3안타를 터뜨렸던 이대호가 기념비적인 역전극의 점수판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타 끝내기 홈런 등 극적인 장면을 수차례 연출하면서 이대호는 시애틀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로 대번 떠올랐습니다. <매리너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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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리와 함께 애덤 린드와의 플래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사고는 이어집니다.

사실 이대호는 작년부터 거의 쉬지 못했습니다. 저팬시리즈에 출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하기까지 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손바닥 부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어 12 대회를 외면할 수 없었고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습니다. 그 후에도 미국 진출을 위해 오프 시즌 내내 쉴 새 없이 운동과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MLB 투수들의 강속구와 대결이 이어지면서 작년에 다쳤던 손바닥에 다시 경미한 통증이 왔습니다. 이대호는 ‘야구 선수라면 경미한 부상은 누구나 안고 뛴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하면서 계속 출전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린드와 플래툰을 하는 것 역시 이대호에게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요즘은 사실상 주전 대우를 받고 거의 매 경기 뛰고 있다. 그러나 린드와 플래툰으로 간혹 휴식을 취하는 것도 부상 관리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제는 이대호가 신인왕 후보에도 꼭 이름을 올리고 있고, 다른 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아마 우리가 보낸 DVD를 다시 찾아보는 단장도 꽤 될 것이다.”라고 웃었습니다.


22일 현재 이대호는 70경기를 뛰면서 208타석에 나서 2할7푼3리에 12홈런과 37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즌 이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119경기를 뛰면서 20홈런 63타점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리고 정규 이닝의 162경기를 이 추세로 뛴다고 가정하면 28홈런 86타점을 기록하게 됩니다. 물론, 이 추세를 이어가려면 후반기에도 기회가 올 때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하지만 그리 걱정이 되지 않는 선수가 이대호입니다. 최근의 미니 슬럼프도 22일까지 휴식과 함께 떨치고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단 MLB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선택했던 이대호는 진출 목표 달성에 이어 이제 가슴에 품고 있던 더 큰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습니다. 남은 시즌의 활약과 함께 과연 내년에는 어떤 팀에서 이대호가 1루수겸 지명 타자로 뛰게 될지, 시애틀에 머물게 될지, 리그를 바꿀 수도 있을지 등등의 유쾌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기사는 몬티스 사 관계자 인터뷰와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등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