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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구례-거제' 남녘으로 떠나는 화사한 봄꽃기행

목사골 최 2016. 3. 16. 21:52

산수유 매화가 한창인 남녘땅 섬진강변 화개장터 쌍계사 산동 산수유 가고싶다


'광양-구례-거제' 남녘으로 떠나는 화사한 봄꽃기행

 스포츠조선 | 김형우 | 입력 2016.03.15 15:00



춘분(20일)이 코앞이니 절기상 완연한 봄이다. 대지는 잿빛이지만 남녘 산하에 펼쳐진 꽃 사태가 장관이다. 지리산자락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지역에는 봄의 전령 매화, 산수유가 들녘을 화사하게 수놓고 있다. 부드러운 해풍이 불어오는 거제 공곶이 해변에도 선홍빛 동백꽃이며 노란 수선화가 봄기운을 전한다. 봄은 눈, 향기, 촉감 등 그야말로 온몸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계절이다. 이무렵 여행 테마로는 봄꽃기행이 제격이다. 계절의 변이를 실감할 수 있는 데다 일상의 활력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만한 봄나들이가 또 없다.
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청매실농원 장독대22
청매실농원 장독대22
지리산자락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지역에는 이즈음 대자연의 봄 잔치가 한창이다 . 사진은 광양 청매실농원의 매화와 장독대. 멀리 섬진강이 내려다 보인다.
▶광양 매화

우리가 좁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다지만 서울과 남녘의 계절감은 확연히 다르다. 이미 섬진강 주변 화목들의 자태에는 봄 냄새가 가득하다. 그중 일조량이 전국 으뜸이라는 '햇빛고을' 전남 광양(光陽) 일원에는 대자연의 봄 잔치가 한창이다. 양지녘 매화나무마다 아이보리, 연초록, 핑크빛 꽃봉오리가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며 망울을 터뜨려 댄다.

섬진강 물줄기 따라 광양 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 나선다. 이른바 '매화마을'이다. 3월 초부터 간간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는 꽃샘추위에도 개화를 지속해 이번 주 초반 80%의 개화율을, 주말에는 절정을 맞을 전망이다. 청매실농원 정유인 부사장은 "올 매화 감상은 이번 주 부터가 제격"이라며 "매화축제(3월 18~27일)가 열리는 동안 최고의 자태를 뽐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3월 중하순 매화마을 주변은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하얀 백사장이 그림처럼 펼쳐지니 섬진강 550리 물길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게 된다. 섬진마을에 매화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다. 마을에 선각자가 있어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다.

청매화
청매화
그윽한 향훈을 발산하는 청매화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 농원. 봄철엔 농원이라기보다는 꽃동산에 더 가까울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초입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다퉈 꽃망울을 터뜨려 향훈이 그윽하다. 비탈진 언덕을 따라 5분여를 오르면 큰 독이 늘어선 장독대가 맑은 하늘과 섬진강을 배경으로 늘어서 있다. 따스한 봄 햇살을 가득 받은 장독에는 매실된장, 매실고추장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장독대를 지나 오솔길에 접어들면 매화꽃 속에 파묻힌 운치 있는 원두막도 나선다. 개화 절정기 마치 함박눈이 내려앉은 듯 한 청매실 농원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이다. 백운산 전망대에 오르면 청매실 농원은 물론 매화마을과 섬진강,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까지 굽어볼 수 있다. 강 건너 북쪽 화개장터와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도 한 눈에 들어오고, 백사장을 따라 굽이치는 섬진강 푸른 물줄기도 그림처럼 펼쳐진다.

한편 농원은 평생 매화를 키우며 살아온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 여사의 땀과 얼이 밴 공간이다. 매화꽃의 자태 못지않게 매화나무를 '딸'이라 부르는 농장주 홍 명인의 매화사랑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평생을 청매실농원 가꾸기를 통해 이웃사랑에 매진해 온 홍쌍리 명인의 이 같은 헌신적 삶의 교훈은 봄꽃기행 속에 얻을 수 있는 값진 선물이기도 하다.

벚굴2
벚굴2
섬진강 광양 망덕포구 일원에서 채취한 벚굴. 크기가 어른 손바닥 보다 더 크다.

◇연계관광& 뭘 먹을까?=화개장터와 쌍계사.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등을 둘러 볼만하다. 이 무렵 광양에서는 어른 손바닥 보다 더 큰 벚굴(강굴)을 맛볼 수 있다. 재첩회, 광양불고기도 별미다.

▶구례 산수유

봄을 알리는 대표적 전령으로는 산수유꽃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전국 곳곳에 산수유꽃 군락지가 있지만 3월 중하순의 감상 명소로는 단연 전남 구례를 꼽을 수 있다. 통상 경기도 이천과 양평, 경북 의성 등지는 4월 초순경부터 꽃사태를 펼친다.
I산수유꽃55
I산수유꽃55
I산수유꽃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 상위마을은 국내 대표적 산수유 군락지이다. 분지 형태의 마을은 상위-하위마을로 나뉘어 있는데, 두 마을을 전부 걸어도 1시간이면 넉넉하다. 상위마을에는 수령 300년 이상 된 산수유들이 마을과 계곡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산수유가 필 무렵이면 노란 꽃사태를 실감할 수 있다. 좁은 농로를 따라 가야 만나는 현천마을은 돌담과 어우러진 노란 산수유꽃이 더 운치 있다.
사성암22
사성암22
사성암
한편 개화기를 맞아 축제도 벌인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구례산수유꽃축제는 꽃이 절정을 이루는 오는 19일 개막해 27일까지 펼쳐진다. 축제는 산수유 시목지에서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관광객과 군민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문화공연, 전시-판매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올해는 산수유꽃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꽃단지를 따라 산책로를 마련해두었다. 특히 길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내방객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해 구례산수유농업의 특징, 산수유꽃 축제에 대한 숨은 얘기도 들려줄 예정이다
참게탕33
참게탕33
참게탕
◇연계관광& 뭘 먹을까?=장중한 지리산자락은 명찰들을 품고 있다. 특히 구례에서는 화엄사와 연곡사 구층암, 사성암 등 호젓한 사찰순례도 괜찮다. 특히 구층암은 자연미 물씬 풍기는 가람의 나무기둥이 명물이다.

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재첩국과 참게 매운탕이 구례의 별미거리다.

▶거제 수선화

거제도 봄꽃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재 '공곶이 농원'이다. 공곶이는 바다에 접한 산자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 가든으로 가꿔져 있다. 겉에서 보면 멀쩡한 산이지만 그 안에는 비탈진 계단식 밭에서 수십 종, 수천 그루의 꽃과 나무가 생장하고 있다.
거제 수선화
거제 수선화
공곶이 수선화
공곶이는 십여년 전부터 외지인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산마루까지 찻길이 놓여 접근이 수월해졌다. 공곶이는 입구에서부터 붉고 하얀 동백이 터널을 이루고, 비탈에 마련된 계단식 밭에는 수선화가 심어져 있다.

3월 초부터 간간이 수줍은 듯 자태를 드러내던 수선화는 이번 주에 만개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고혹한 자태를 뽐내는 노란 수선화 군락지는 내방객들의 인기 포토 존이다.

공곶이 수선화88
공곶이 수선화88
공곶이 수선화
공곶이 농원을 일군 강명식 옹(86)은 "올해도 수선화가 곱게 피었다"면서 "요사이엔 분홍 복사꽃도 막 피기 시작한 데다, 동백꽃도 피어서 아주 볼만하다"고 자랑했다.

농장 앞 몽돌 해변도 운치가 있다. 한적한 해변에는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들려 잠시 세상과 단절된 일상탈출의 묘미에 빠져 들 수 있다.

동백꽃894
동백꽃894
동백꽃
공곶이의 꽃들이 더 귀하게 다가오는 것은 농장주 강명식-지상악 노부부의 값진 노력의 결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변변한 장비 없이 40여 년 동안 삽과 괭이만으로 4만여 평의 거대한 농장을 일궈냈다. 때문에 세련미 대신 인간의 땀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곳이다.

◇연계관광& 뭘 먹을까?=거제의 또 다른 봄꽃으로 동백을 빼놓을 수가 없다. 거제의 동백 감상 포인트로는 학동, 지심도, 바람의 언덕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일운면 소재 지심도다. 지심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중 원시에 가까운 숲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따라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한 태곳적 신비감을 느낄 수 있다. 여차~홍포만의 석양, 거제도 굽이굽이 감춰져 있는 포구들도 정취가 있다.

도다리쑥국55
도다리쑥국55
도다리쑥국

거제의 봄에서는 도다리쑥국이 제격이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봄 도다리의 육질과 봄 쑥의 향내가 우러난 국물이 봄 미각을 자극한다. 4월부터는 멸치회-쌈밥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