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꽃향기 따라 봄 기행

목사골 최 2015. 3. 5. 12:48

꽃 피는 남녁 땅에 가고싶다 ~

 

[산에 들에 봄봄]꽃향기 따라 봄 기행 레이디경향 | 입력 2015.03.02 17:18 | 수정 2015.03.04 15:11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고 온기가 대기를 감싸 안으면 멀리서 오는 손님 맞듯 봄 마중을 나갈 때다. 남녘에서 전해오는 꽃 소식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니 잠들었던 미각을 깨우는 봄 별미도 찾을 겸 나들이 떠날 채비를 하자. 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향긋한 봄을 머금었다. '식탁 위에 엎질러진 물처럼' 그렇게 봄이 오고 있다.

3월, 전국의 산과 들에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망울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솔솔 불어오는 꽃향기 따라 봄 마중 가는 길,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완연한 봄이다.



1 눈부신 봄의 첫 얼굴, 제주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르고도 완연한 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월 초부터 섬 곳곳에 봄꽃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제주. 그중에서도 제주도 남쪽 끝 따뜻한 서귀포 앞바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올레길은 섬 안에 동장군이 채 물러가기도 전에 봄의 첫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눈부신 바다 위에 우뚝 선 외돌개부터 봄빛 가득한 올레길이 시작된다. 따뜻한 봄볕에 기운을 얻은 소나무들이 진한 솔 향을 뿜어내고, 그림 같은 문섬과 새섬, 범섬의 풍광을 감상하며 느린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길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천지연폭포 상류에 위치한 걸매생태공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매화와 봄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 아슴아슴 어린 봄빛, 섬진강 봄꽃

이른 봄, 언 땅을 떨치고 일어난 봄꽃들이 포근한 봄소식을 전하는 섬진강변은 3, 4월이면 흰 매화와 노란 산수유, 연분홍 벚꽃이 꽃 대궐을 이룬다.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린 색색의 꽃들과 푸른 하늘을 품은 섬진강 은빛 물결이 그야말로 황홀한 봄 풍경을 선사하는 곳. 초봄 강 안개 속 연둣빛 차밭과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도 좋고 봄의 전령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화려한 풍경도 좋다. 특히 섬진강을 벗 삼아 19번 국도를 타고 달리는 '십리벚꽃길'은 하얀 눈처럼 피어난 벚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소다. 매년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을 보기 위한 긴 행렬이 이어진다. 그중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5km 구간은 연분홍 벚꽃길과 맑은 화개천, 첩첩이 쌓인 지리산 자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랑하는 연인이 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 해 혼례길이라고도 불리는 길이다.



3 붉게 영근 동백의 마음, 거제 지심도

모진 한파에도 붉디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은 한겨울에 피기 시작해 겨울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동백의 절정기는 3월 하순부터 4월 초다.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는 여느 꽃들과는 달리 꽃송이째 툭 떨어지는 동백은 꽃이 지기 직전 가장 붉게 타오르며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5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지심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보일 만큼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 70% 정도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어 거제도에서는 지심도보다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졌다. 3월 지심도 동백의 아름다움은 단연 으뜸이다. 쪽빛 파도가 넘실대는 남해바다 한가운데 붉게 피어난 동백의 마음, 마지막 빛을 뿜어내는 탐스러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섬 곳곳에서 매화와 목련, 노란 수선화도 함께 피어난다.



4 수줍게 붉힌 연분홍 봄소식,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벚꽃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남도의 벚꽃이 화려하고 풍성하다면 산골 마을에 피어나는 산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하다. 전국 최대 산벚꽃 자생군락을 자랑하는 충남 금산군 군북면 보곡산골은 봄이면 만개하는 산벚꽃으로 희고 붉은 꽃 세상이 열린다. 금산 서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외딴 마을, 산골이라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탓에 개화 시기가 타 지역보다 한 템포 늦다. 3월 초까지 얼음이 어는 이 마을은 4월이 되면 연분홍 꽃들을 피워내며 신비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깊은 오지마을에서 사람의 손때가 덜 탄 산벚꽃은 소녀의 분홍빛 볼 같다. 요란하지 않고 은은하다. 벚꽃뿐만 아니라 조팝나무, 산딸나무, 병꽃나무, 생강나무도 꽃을 피운다. 아늑하게 산자락을 감싸 안은 꽃향기에 취해 조용히 마음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지는 꽃이 아쉬울 무렵, 혼잡한 상춘객 인파를 피해 수줍고 소박한 산벚꽃을 만나보자.



5 진달래가 그린 봄, 여수 영취산


온기가 닿는 곳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남녘의 봄. 여수 영취산은 봄이 되면 진달래로 온산이 붉게 달아오른다. 30, 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촘촘히 무리 지어 있는 이곳은 산중턱에서 정상까지 진달래로 뒤덮여 흡사 진분홍 물감을 뿌려놓은 듯 황홀한 풍경을 그려낸다. 어디서 이런 분홍빛이 나왔을까. 포근하고 따뜻한 풍경 속에 폭삭 안기고 싶은 마음이다. 여수반도의 주산인 영취산은 예로부터 지역민들에게 신령스러운 산이었다. 전통기원 도량이었던 금성대가 있고, 그 아래 도솔암이 오늘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 때 전라 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을 도와 700여 명의 승려 수군이 의병 활동을 한 호국사찰 흥국사도 유명하다. 정상인 진례봉에 오르면 붉게 물든 산등성이와 저 멀리 쪽빛 여수 앞바다를 발아래 굽어볼 수 있다.



6 눈처럼 내려앉은 봄, 광양 매화마을


지리산 자락을 수놓으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하얀 꽃구름이 골짜기에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봄철 섬진강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매화이지만 마을사람 대부분이 매화나무를 키운다는 광양 다압면의 매화마을은 매년 3월 하얗게 만개한 매화꽃이 백설처럼 내려앉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아직 지리산 능선에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는 3월 초순, 눈 속에서도 가장 먼저 봄을 알아차리고 꽃을 피우는 매화의 아찔한 향기가 묵은 겨울을 털어낸다. 얕은 바람 한 점에도 눈처럼 흩날리는 봄꽃의 매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마을 정상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매화꽃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해보자. 새콤한 매실로 만든 음식을 맛보면 입까지 즐거운 여행이 된다.





7 봄 벚꽃에 취하다, 진해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벚꽃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지만 도시 전체가 거대한 꽃송이로 변하는 진해는 여전히 벚꽃의 고장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소개된 여좌천을 비롯해 경화역과 안민고개, 장복산공원 등 눈길이 닿는 곳마다 연분홍빛 벚꽃에 휩싸인 눈부신 풍경을 뽐낸다.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열리는 진해 벚꽃축제(군항제)는 남녘의 봄을 알리는 대표 축제로 유명하다. 특히 이 시기 경화역에서 세화여고에 이르는 길은 800m에 걸친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는데, 탐스럽고 화사한 벚꽃에 취해 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책 겸 거닐기 좋은 시루봉에 오르면 탁 트인 거제 앞바다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8 해발 1,165m 위 꽃 정원, 지리산 바래봉 철쭉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지리산 바래봉.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은 봄이 되면 울긋불긋 꽃 정원으로 변한다. 사람 허리 정도 높이의 철쭉이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가꿔놓은 것 같다. 1970년대, 이 일대의 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겨놓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 이와 같은 철쭉 정원이 됐단다. 지리산 철쭉은 꽃잎이 크고 색이 곱기로 유명하다. 봄이 깊어지면 초록으로 뒤덮인 웅장한 지리산 자락과 소담하게 자리 잡은 진분홍빛 철쭉이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비래봉 철쭉의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km 떨어진 팔랑치 구간. 해발 500m를 기점으로 하단부는 5월 초, 8부 능선은 5월 중순 이후 절정을 이룬다.



9 바위산을 뒤덮은 노란 꽃다발, 응봉산 개나리


서울 중랑천 줄기와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 모양새가 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응봉(鷹峯)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응봉산은 노란 개나리로 서울의 봄을 알리는 산이다. 1980년대 바위산인 이곳에 사방(砂防)용으로 심은 20만 그루의 개나리가 봄의 메신저가 됐다. 이르면 3월 중순부터 쫑긋 고개를 내미는 개나리는 금세 노란 꽃다발로 변해 산을 뒤덮는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개나리 숲이다. 나무 데크와 공원이 조성돼 가뿐히 오르기에도 좋다. 산책로를 따라 노란 개나리와 분홍 진달래, 탐스러운 목련과 벚꽃까지, 봄의 정취를 듬뿍 담은 봄꽃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성큼 다가온 온기 가득한 계절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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