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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목사골 최 2014. 12. 15. 12:10

전기차 타고 서울서 부산까지 달려봤더니..KBS | 황진우 | 입력 2014.12.15 09:22 | 수정 2014.12.15 09:24

① <출발 전>

질문 : 전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나요?

답변 : "대전까지가 한계, 부산은 무리", "대전~대구 구간이 관건"

대부분의 전문가들께서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아무리 잘 가봐야 대전까지만 갈 수 있을 뿐, 부산까지 전기차를 타고 가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였죠. 전기차의 1회 완충 후 주행 가능 거리가 130km 정도인데 대전부터 대구까지의 거리는 140km 정도니 대구에 도착하기 전에 배터리가 바닥날 위험성이 크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전국에 급속충전기 177개, 완속충전기가 800개 가까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전과 대구 사이에는 충전기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대전까지가 한계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를 직접 운전해 보신 몇몇 분들께서 실제로 운전을 해 보면 '주행 가능 거리'보다 더 많이 갈 수 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셨습니다. 130km가 전기차 계기판에 주행 가능 거리라고 표시되면 실제로는 150km정도는 달릴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 운전 해보고 싶었습니다.

② 3번 충전(각 30분)ㆍ6시간 소요(충전시간 포함) 예상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충전인프라정보시스템(evcis.or.kr)'이라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이 곳에 접속하면, 전국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177개의 위치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웹사이트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짜 봤습니다. 우선 전기차를 회사 앞에서 받기로 했기 때문에 출발 지점은 여의도 KBS로 잡았습니다. 목적지는 부산시청으로 정했습니다. 부산시청 근처에 있는 이마트 연제점에 급속 충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여의도 KBS와 부산시청 사이에 어느 지점에서 충전을 몇 번 할 것인가였습니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쉽게 결론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일단, 대전과 대구 사이에는 충전기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지 않으려면 무조건 대전과 대구에서는 충전을 해야 합니다. 대전에서는 경부고속도로 대전IC에서 2km거리인 홈플러스 동대전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소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에서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대구에는 대구시청 주차장의 충전기가 유일한 급속충전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한 뒤에 대전 홈플러스 동대전점에서 충전하기 전에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서도 충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의도KBS와 홈플러스 동대전점까지는 160km이기 때문에 중간에 충전을 해야 고속도로 상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를 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전지점을 결정하고 났더니 부산까지 6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출발 후 부산에 도착하기 전까지 3번 충전을 해야 하는데 한 번에 30분 씩 시간이 걸리니 일반 승용차의 소요시간보다 전기자동차가 1시간 30분이 더 걸리는 거죠.

③ 한국환경공단의 공공급속충전기, 편의성 '우수'

안성휴게소 하행선에 도착해서 전기차 충전기를 찾았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도착했는데 왠지 주유소 근처에 있을 것 같아 그 쪽으로 가 봤더니 예상대로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두근두근거렸습니다. 새로 주문한 디지털 기기를 처음 사용할 때처럼 설렜습니다. 동시에 충전기 사용이 어렵거나 충전기가 먹통이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충전기를 사용해 보니 매우 쉬었습니다. 사전에 등록된 전기차 충전용 전용카드를 충전기에 갖다 대서 사용자 인증을 한 뒤 충전기 케이블을 자동차 접속 단자에 꽂아 두기만 하면 됐습니다. 마치 셀프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기를 들어 자동차 주유구에 꽂아 놓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충전기와 자동차를 연결하면, 자동차 계기판에는 현재의 배터리 잔량이 %로 나타납니다. 충전이 되면서 잔량은 계속 높아지고 충전기 모니터에는 충전 시간과 충전된 전력의 양이 표시됩니다.

④ 충전 위해 대전ㆍ대구에서는 고속도로 밖으로 빠져야 해

안성휴게소에서 충전을 한 뒤에 대전까지 별 무리 없이 주행했습니다. 그런데 대전에서 고속도로 밖으로 빠져 나가야 했습니다. 앞서 이용했던 하행선 안성휴게소를 지나면 고속도로 상에는 더 이상 충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동대전점에서 추가 충전을 해야 하는데 사실 이 과정이 불편합니다. 톨게이트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고 해도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대전 근처인 옥천휴게소 쯤에다가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대구에서도 톨게이트를 완전히 빠져 나가서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대구시청까지 가야 하는데 칠곡휴게소 쯤에다가 급속충전기를 만들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⑤ 우려했던 '대전→대구'성공…그런데 급속충전기가 '고장'

홈플러스 동대전점에서 대구시청을 향했습니다. 이번 주행에서 가장 마음이 불안했던 구간입니다. 배터리가 빨리 소모돼 버리거나 대구 근처에서 교통 정체 상황을 맞게 되면,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와 네비게이션에서 표시되는 남은 주행 거리를 동시에 보면서 운전을 하는데 다행히도 두 가지 수치가 거의 비슷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대구까지는 어떻게든 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한국환경공단에서 관리하는 '충전인프라정보시스템'을 살펴봤는데 대구시청에 있는 급속충전기가 '통신미연결'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작동이 잘 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에다 전화로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 일, 대구시청의 급속충전기는 고장나 있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환경공단의 담당자께 취재진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드렸더니 함께 걱정을 해 주셨고 친절하게 대안을 알려주셨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그 대안은 대구도시공사의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었죠.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구도시공사의 충전기는 공공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완속 충전기였습니다. 충전에 4~5시간이 걸리는 완속충전기입니다. 대구도시공사를 찾아가 4시간 30분 정도 충전을 했습니다. 6시간이면 부산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어긋나버린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⑥ <도착 후>

질문 : 전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갈 수 있나요?

답변 :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내년엔 시간이 더 줄어들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부산 톨게이트를 10시 50분 쯤 통과했고 부산시청 근처에 11시 30분 쯤에 도착했습니다. 서을 여의도 KBS를 10시 40분에 출발했거든요. 12시간 넘게 걸린 셈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전기차 무용론을 제기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이 가능한 것을 입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프라라는 게 처음부터 완벽할 수 있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확산해 가면서 구축하는 게 충전인프라입니다. 급속충전기가 한 대에 6천만 원씩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막 사다가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현재 공공급속충전기가 177개 있는데 환경부는 2017년까지 600개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대전과 부산 사이에 적당하게 설치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분히 주행이 가능하겠죠. 충전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일반승용차로 운전할 때도 중간중간에 20-30분씩 쉬어야 하니 충전하면서 함께 휴식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크게 문제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전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충분히 갑니다. 내년이 되면 시간은 더 줄어듭니다. 5~6시간이면 충분히 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충전기가 한 지점에 한 개씩만 설치돼 있다 보니 누군가 전기차 충전을 하고 있으면, 소요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실제로 하행선 안성휴게소에서 저희가 충전을 하고 있는데 카쉐어링 서비스인 '그린카'에서 SM3 전기차를 빌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고 있던 한 운전자를 만났습니다. 그 분은 전기차 충전기 앞에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있는 걸 보고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거든요. 그 분은 저희가 충전에 썼던 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자신이 빌린 차를 충전했는데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충전에 들이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끝으로, 제가 '아, 전기차 인프라가 이렇게 불편하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취재를 한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조금씩 조금씩 바뀌고 있는 변화상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전기차 이슈를 취재한 게 2009년 5월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전기차 운전자가 2,600명을 넘어섰고 전국에 충전기도 900개 넘게 설치돼 있습니다. 5년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온 겁니다. 인프라라는 게 한꺼번에 완벽하게 설치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5년 전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기차로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이 가능해졌습니다. 5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 있지 않을까요?

☞ 바로가기 <뉴스9> 전기차 타고 서울→부산…4번 충전·12시간 소요

황진우기자 (sim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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