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동아시아 영토분쟁

[동북아 新패권경쟁] 中, 美·日이 만든 '자유 방어선(자유와 번영의 호(弧))' 돌파 시작

[두 세력 패권다툼 거세질 듯]

아베, 美·日·濠·인도 잇는 '자유·번영의 弧' 다시 공식화
中, 오키나와 1열도線 7월 돌파… 이젠 괌~사이판 2線 뚫을 태세
조선일보|신정록 기자|입력2013.11.29 03:19|수정2013.11.29 03:49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둘러싼 미·일 동맹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안보 전략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형성되고 있는 두 세력 간 다툼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두 세력 갈등의 상징은 중국의 '열도선(列島線) 돌파'와 미·일의 '자유와 번영의 호(弧·둥근 활 모양)' 전략이다. '자유와 번영의 호' 전략은 한마디로 시장경제 국가들로 중국을 남쪽에서 넓게 포위한다는 개념이다.

↑ [조선일보]

작년 11월 중국 군사과학학회 부회장인 뤄위안(羅援) 소장은 "해양대국이 되기 위해선 제1 열도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 열도선은 규슈-오키나와-대만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이 냉전 시절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했다. 지난 7월 24일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이 선을 돌파했다. 이날 중국 조기경보기 1대는 오키나와 섬 남쪽으로 700㎞ 떨어진 곳까지 비행한 뒤 본토로 귀환했다. 당시 일본 산케이신문은 "충격이 크다"며 "중국이 방위라인을 제2 열도선까지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제2 열도선은 일본 남쪽 이즈제도에서 괌과 사이판을 잇는 선으로, 중국이 해양대국 건설을 위해 설정하고 있는 공격적 돌파선이다.

2006년 11월 30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은 일본국제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유와 번영의 호' 구축을 공식화했다.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인도를 잇는 큰 선으로 중국을 압박·봉쇄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였다. 전문가들은 2차 아베 내각 들어 이 전략이 다시 공식화되고 있으며,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그 일환이라고 말하고 있다.

'열도선'과 '자유와 번영의 호'가 충돌하는 지점은 인도에서 한반도까지 곳곳에 깔려 있다. 일본 총리 산하 안보 간담회는 이미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에 '석유 운송로'를 집어넣었다. 이는 말레이반도 남부 서해안과 수마트라섬 동해안 사이의 말라카해협을 말한다. 이 해협은 중동의 석유가 동아시아 지역에 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해협이다. 또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타이완 브루나이 등이 다자 영토 분쟁 중인 남사군도 해역엔 막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센카쿠(댜오위다오) 주변도 천연가스 다량 매장지다. 중국은 앞으로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이 지역들에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조세형 전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동아시아 해상에서 군사적 엄호 역할을 해온 미국 내엔 일본이 부담을 나뉘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져 왔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미국이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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