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렬의 테크@스톡]머니투데이|송정렬 기자|입력2013.02.07 17:55|수정2013.02.07 18:22

 

[머니투데이 송정렬기자][[송정렬의 테크@스톡]]

#1981년 8월 12일. 미국 IBM은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모델명 'IBM PC 5150'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였다. 1951년 세계 최초의 상용컴퓨터인 유니박(UNIVAC)-1'의 등장으로 컴퓨터라는 첨단 기계가 사람들에 알려지기 시작한지 딱 30년만이었다.

물론 IBM에 앞서 애플, 켄백 등 여러 기업이 PC를 선보였다. 애플의 애플II는 수천대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PC의 원조를 'IBM PC 5150'으로 꼽는다. 애플II를 비롯한 이전의 PC들은 독자적인 아키텍처(시스템 구조 및 설계방식)을 갖고 있어 대중화에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

반면 IBM PC 5150은 아키텍처를 공개, 다른 업체들도 IBM PC와 호환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IBM 호환 PC들이 등장했고, IBM PC 5150은 비록 평범한 제품이었지만 PC 시대를 열고, 정보화 혁명을 촉발한 PC의 원조로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지속된 PC시대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다. 잡스는 애플II로 PC시장을 연 주역 중 한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아이패드로 모바일 혁명을 주도, PC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잡스에 이어 또 한명의 PC시대 스타를 꼽으라면 마이클 델 델창업자를 빼놓을 수가 없다. 1984년 대학생이던 델은 19살의 나이에 'PCs Limited'라는 회사를 차려 IBM PC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델은 이른바 다이렉트 판매를 통해 델을 세계 1위 PC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다이렉트 판매는 고객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자신이 원하는 PC 사양을 지정해 주문하면 그 요구대로 컴퓨터를 만들어 싼 가격에 빨리 배송해주는 기법이다.

#PC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인 잡스와 델은 10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학중퇴 등 비슷한 인생여정을 보여준다. 잡스는 IBM 호환PC에 밀려 고전하다가 1985년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잡스는 컴퓨터애니메이션업체 픽사의 CEO로 토이스토리 등을 성공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7년에는 경영난에 처한 애플 CEO로 복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애플 역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잡스가 2011년 8월 5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애플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델 역시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07년 경영에 복귀했다. 델이 모바일 등 시장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세가 갈수록 기울었기 때문. 델은 내심 잡스처럼 보란듯이 델을 부활시키고 싶었겠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HP와 레노버에 밀려 세계 PC 3위로 추락한 델의 PC판매량은 4분기에도 20%나 줄었다. 주가는 2001년 3월 최고점 대비 65%나 추락했다.

#고전하던 델이 승부수를 던졌다.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총 244억달러(약 26조원)에 델의 모든 주식을 인수키로 했다. 이 빅딜을 통해 나스닥 상장사인 델을 비상장사로 전환, 더 이상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델을 경영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에서는 델이 기업용PC시장 공략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델의 부침은 지난 30여년간 지속된 PC의 시대가 저물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PC는 무대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30여년전 PC 대중화 시대를 연 주역인 IBM은 이미 수년 전부터 'PC의 종말'을 선언했다. 2005년에는 자사의 상징인 PC사업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팔아치웠다.

PC시장의 성장세는 꺽인지 오래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C 판매량은 전년대비 3.5% 줄어든 3억5270만대를 기록했다. 태블릿PC시장의 급성장이 시장축소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PC시장이 쪼그라들면서 국내 PC업체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증시에서도 벤처의 한축으로 꼽히던 PC업체들이 사라졌다. 한때 PC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현주컴퓨터 등 중소PC업체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삼보컴퓨터는 2005년 상장폐지된 이후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델이 이번 승부수를 통해 화려하게 델을 부활시키며 'PC플러스' 시대를 열고, 잡스에 비견될 만한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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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정렬기자 songj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