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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화반응 이론 뒤집었다

목사골 최 2020. 3. 31. 15:14

정설인 美 '수소화 반응' 이론 뒤집었다..화학연, 신 촉매기술 개발

김양수 입력 2020.03.31. 12:02

실험 통해 수소 전달 메커니즘 새롭게 규명, 촉매 연구 대안 내놔
상온 30도에 반응하는 촉매 개발..온실가스 감소 효과
촉매 분야 국제 학술지 'ACS Catalysis)' 3월호 표지논문
[대전=뉴시스] 수소 전달 메커니즘의 8각링 전이상태와 6각링 전이상태 비교.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고온이 아닌 30℃에서도 값비싼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촉매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또 지난 10여년 동안 정설로 여겨졌던 수소화 반응에서 수소-반응물 간 전달 매커니즘이 잘못됐다는 것도 확인,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고온에서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 상온에서 수소화 반응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그간 지속됐지만 고압의 수소가스를 사용하거나 고가의 귀금속 촉매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번 기술은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돼 경제성은 물론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까지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공정연구본부 황영규 본부장과 울산대 정재훈 교수 공동 연구팀은 상온 30℃에서 수소화 반응이 이뤄지는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 촉매를 개발하고 수소화 반응에서 일어나는 수소 전달 메커니즘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촉매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 화학회 촉매(ACS Catalysis)’ 3월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논문명:금속유기골격체의 표면 기능화를 통한 퍼퓨랄로부터 퍼퓨릴 알코올로의 이동 수소화 상온 반응연구)

연구진에 따르면 수소화 반응은 액상수소원과 반응물을 촉매에 함께 넣어 수소가 촉매를 거쳐 반응물에 전달되도록 해 새로운 생성물을 얻는 화학반응이다.

석유화학공정이나 의약품·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정밀화학공정, 바이오 화학공정의 바이오매스를 합성하는 데 널리 쓰여 화학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수소화 반응은 100℃ 이상의 고온에서 이뤄지지만 고온으로 높이기 위해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 과정서 온실가스가 배출돼 상온 수소화 반응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상온에서의 수소화 반응은 팔라듐과 플래티늄 등 값비싼 귀금속 촉매가 사용돼 경제성에서 한계가 있다.

[대전=뉴시스] 새로 개발한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 촉매 반응을 통해 상온에서 바이오매스인 퍼류랄(Furfural)을 화학원료인 퍼류릴 알콜(furfuryl alcohol)로 전환하는 모식도.

화학연구원 연구진은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 Organic Framework) 촉매에 알코올을 넣고 가열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화학연 관계자는 "MOF 촉매에 알코올을 넣고 끓이자 MOF의 지르코늄 산화물 부분에 활성점(반응하는 자리)이 생겼다. 이렇게 반응 자리가 늘어나자 촉매 표면이 활성화되고 활성 에너지를 낮춰 상온 30℃에서도 쉽게 수소화 반응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화학공정에서 골칫거리로 취급받던 폐열을 반응열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석유화학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보통 80℃ 이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냉각수를 활용, 40℃ 이하로 떨어뜨린 뒤 공기 중으로 배출하곤 한다.

또 연구진은 신형 MOF 촉매를 이용해 상온에서 바이오매스 ‘퍼퓨랄(Fufural)’을 화학원료 ‘퍼퓨릴 알코올(Furfuryl alcohol)’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뒤 이 방식으로 석유화학공정과 바이오화학공정 등의 중간체 7종을 만들고 신형 MOF 촉매가 상온에서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화학연구원 연구진은 지난 10여년간 정설로 여겨지던 수소 전달 메커니즘을 뒤집고 새로운 학설을 정립했다.

수소가 촉매를 거쳐 반응물에 전달될 때 수소는 촉매와 반응물의 여섯 자리를 거쳐 전달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로 이를 '6각링 전이상태'라고 한다.

공동연구팀은 실험 및 계산과학을 통해 수소화 반응이 촉매와 반응물의 6각링 전이상태가 아닌 '8각링 전이상태'를 거쳐 진행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소화 반응이 석유화학·정밀화학공정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는 만큼 촉매연구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미국 위스콘신대 화학생물공학과 듀메식(James A. Dumesic) 교수가 설명한 6각링 전이상태를 바탕으로 촉매를 만들었으나 이번 화학연의 공동연구로 지금까지 전이상태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화학연구원 황영규 본부장은 "수소 전달 과정의 전이상태 중간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촉매 반응경로 연구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바이오화학 공정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s050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