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진입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런던 도심의 황폐한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자 이를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신사 계급, 상류 사회, 신사 사회의 사람들’을 뜻하는 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fication의 합성어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 이기웅은 일반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값싼 작업공간을 찾아 예술가들이 어떤 장소에 정착하고 그들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문화 가치가 상승하면, 개발자들이 들어와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견인차는 미학이다. 그런데 미학을 강화할수록 도심은 관광지가 돼간다. 특히 노동계급의 거리문화가 스펙터클로 전화하면서 참혹했던 슬럼의 흔적들은 트렌디한 카페 옆에서 위험을 탈각한 시각적 쾌락의 대상으로 거듭난다. 산업사회 유물인 창고와 공장건물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거주지를 거쳐 부유층의 ‘힙한’ 주거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구획되지 않은 내부와 벽돌이 드러난 벽면, 높은 천장 등으로 대표되는 ‘뉴욕 로프트’ 스타일은 도시적 ‘쿨함’의 상징이 돼 세계적 차원의 복제 대상이 된다.”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도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가난하지만 개성 있는 화가, 조각가, 의상 디자이너, 액세서리 디자이너, 목수, 사진작가, 인디밴드 등이 모여 독특하고 예술적인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던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과 망원동, 상수동,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경복궁 옆 서촌, 경리단길, 성수동 등 이른바 핫 플레스에서 발견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카페 등이 유명해져 유동 인구가 늘어나자 가맹점을 앞세운 기업형 자본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임대료를 높여 가난한 예술가나 기존 거주자들을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공간이 곧 돈’인 서울에서 지역 기반의 공동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미는 “서울에서 나타나는 ‘몸살’이 최근 5~6년 주기로 나타난다면 제주의 속도감은 ‘홍역’ 수준이다”면서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신제주 바오젠 거리가 조성된 지 불과 2~3년 만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에 먼저 터를 잡았던 상인들이 하나둘 내몰렸다. ‘원도심 재생’ 사업은 계획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 먼저 흥정부터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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