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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의 'LA 핵공격' 감수하면서까지 서울 지키겠나

목사골 최 2017. 8. 1. 10:04

美, 북한의 'LA 핵공격' 감수하면서까지 서울 지키겠나

황대진 기자 입력 2017.08.01. 03:07 수정 2017.08.01. 09:05

[北核 패러다임 바뀌었다]
왜 북한 ICBM은 게임 체인저인가
北이 한국에 핵 미사일 쏴도 美가 '핵우산' 펴줄지 장담 못해.. 북한에 보복 핵공격 어려워져
한반도에 전면전 발생하더라도 과거만큼 과감한 개입 주저할 것
결국 美의 대북 전략 바뀌고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도

미국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상황을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사거리가 늘어난 미사일이 왜 '북핵 게임판'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제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핵 미사일을 쏴도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한·미 동맹이나 미·일 동맹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것이고 동북아 안보 구도 변화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미국이 협상이든 무력 사용이든 더 이상 길게 시간을 두지 않고 즉각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게임 판'이 됐다는 점도 이제까지와 달라진 상황을 부를 수밖에 없다.

◇美, 이젠 韓日 지켜주려 하지 않을 수도

송영무 국방장관은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과의 (전쟁이 나면) 승패는 이미 결판이 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규모 증원 전력이 곧바로 달려온다는 걸 전제로 한 계산법이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함으로써 이런 이제까지의 틀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한·미, 미·일 동맹 시스템은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함께 싸워준다는 전제 아래 유지됐다.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핵으로 보복한다는 이른바 '핵우산' '공포의 균형' 전략도 이런 관계에 기초했다. 하지만 북한이 ICBM을 갖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북한이 서해 5도를 기습 점령한 뒤 남한과 미국에 대해 핵 공격을 위협하면, 미국은 반격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다.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도와주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언제든 본토 핵 공격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중국과의 전면전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는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준다'는 발상에서 북한 문제를 대해왔다면, 앞으로는 '미국 자신의 본토 안보를 위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핵우산 제공을 포함한) '확장 억제'는 미국 본토가 위협을 받을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눌 수 있다"며 "미국은 물론 부인하겠지만 본토가 위협받을 경우 북한에 대한 대규모 핵 보복은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마디로 미국이 서울과 도쿄를 지켜주기 위해 LA와 뉴욕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美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 커져

또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금까지는 한국이나 일본과 상의해 가며, 시간을 갖고 북핵 문제를 풀어왔지만 이제부턴 협상이든 군사적 해결이든 독자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해도 '아직 우리에게 오려면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급박한 위협이라는 걸 인식했고, 따라서 전략적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반대하더라도 미국이 독자 행동할 여지가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상 이사장은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 철수가 수반되기에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전문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 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이외의 방법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일본이 이 같은 방향을 잡고 있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한·미 동맹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고, 동맹을 충실히 한다는 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독자 핵무장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