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있는 단어들

라면은 왜 120g? 소주는 왜 360mL?

목사골 최 2016. 7. 17. 14:49

그랬구나 ㅎㅎ

라면은 왜 120g? 소주는 왜 360mL?

한국경제 | 노정동 | 입력 2016.07.17. 14:22    

1965년 라면 출시를 앞두고 롯데공업(현재 농심) 직원들에겐 큰 과제가 있었다. ‘라면=삼양라면’이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1963년에 나온 국내 첫 라면인 삼양라면이 식사 대용 별미로 여겨지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공업은 그해 중량 120g의 ‘롯데라면’을 내놨다. 삼양라면보다 20g 늘린 제품이었다. 삼양라면은 당시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대세였던 100g을 그대로 가져왔다. 중량을 늘린 롯데라면이 삼양라면의 점유율을 무섭게 쫓아가자 1970년 삼양식품도 중량을 20g 올리며 맞대응했다. 1988년 라면시장에 진출한 오뚜기도 120g 짜리 진라면을 내놨다. 롯데라면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오는 라면은 대부분 120g이다.


○용량·규격 ‘룰’ 정하는 1위 업체


식품 용량과 규격은 1위 업체의 것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후발 주자들이 시장조사 비용 등을 최소화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1997년 ‘카페라떼’를 내놓으며 국내에 ‘200mL 컵 커피’ 시장을 개척한 매일유업은 당시 캔 음료가 190mL, 팩 우유가 200mL였던 점에 착안해 200mL 정도가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용량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카페베네 등이 줄줄이 200mL 컵 커피를 내놨다.


2007년 매일유업은 컵커피 신제품 ‘바리스타’를 내놓으면서 용량을 250mL로 늘렸다.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커피전문점들이 확산된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음용 용량이 늘었다는 판단에서였다. 컵커피 후발주자들도 ‘카와’(남양유업) ‘앤업카페’(일동후디스) 같은 250mL 제품으로 쫓아왔다. 커피 전문점에서 큰 컵인 ‘그란데’(스타벅스 기준 472mL) 사이즈가 인기를 끌면서 매일유업은 올해 사이즈를 늘린 325mL 용량의 ‘바리스타’를 내놨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비교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가격 대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용량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소주 360mL 기준은 2홉에서

소주는 전통 부피 단위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다. 시중에 나오는 소주 녹색병은 대부분 360mL다. 국제표준단위(SI단위체계)를 도입하기 이전인 1946년까지 국내에선 부피를 표현하는 단위로 ‘홉’ ‘되’ ‘말’을 썼다. 1홉은 180mL, 10홉은 1되, 10되는 1말이다. 1924년 진로 소주는 2홉으로 나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당시 1홉은 너무 적고 3홉은 좀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국제표준단위를 쓰기 시작하면서 2홉 용량 표기가 360mL로 바뀌었다. 이후 소주업체들이 1위 제품을 쫓아 360mL로 내놓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주 페트 제품이 대부분 1800mL(=1되)인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에서 17년산 위스키는 통상 450mL다. 이와달리 해외에서 소비되는 17년산은 500mL 또는 700mL이다. 2003년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페르노리카가 500mL로 통용되던 ‘임페리얼 17’의 용량을 450mL로 낮춘 것이 시초다. 경쟁 제품이었던 디아지오의 ‘윈저 17’보다 값을 좀 더 낮추면서 용량도 줄였다. 주류업계로부터 ‘꼼수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으나 2009년 디아지오 역시 450mL 제품을 내놓으면서 ‘17년산 위스키=450mL’로 인식이 굳어졌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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