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반가운 뉴스인가 국산 O/S 빨리 개발 보급되었으면 ...
윈도 호환 OS, 이번에는 믿어도 되겠니?
연합뉴스 입력 2016.04.14. 08:01 수정 2016.04.14. 10:13
(서울=연합뉴스) 서명덕 기자 = "MS 윈도 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설치하여 실행할 수 있는 호환성을 제공하며…"
귀를 의심했습니다. 2009년으로 다시 되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티맥스소프트가 오는 20일 개인용컴퓨터(PC)용 독자 운영체제(OS)를 예정대로 내놓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도 윈도 운영체제와 호환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티맥스는 과거 같은 콘셉트의 운영체제 '티맥스 윈도'를 선보였지만, 발표회 초기부터 엉성한 결과물을 보이며 크게 실패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OS는 2009년 7월 7일 공개 행사를 한 이후 6년 만의 재도전입니다.
일단 티맥스OS는 어떤 모습일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공개할 OS는 크게 운영체제, 통합개발플랫폼 TOP(Tmax one Platform), 웹 브라우저 투게이트(ToGate), 오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티맥스는 오는 20일 진행될 발표회 사전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티맥스 OS는 기본적으로 유닉스(Unix)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로, 다양한 보안 환경을 기본 제공합니다. 또 MS 윈도 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설치하여 실행할 수 있는 '호환성'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박학래 티맥스 OS 사장은 "현재 대부분의 SW가 표준 OS(유닉스) 기반으로 바뀌는 데 반해 PC용 OS의 경우 특정 OS의 독점으로 인해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PC용 OS가 표준 OS 기반으로 바뀌면 개발 및 운영환경이 대폭 개선돼 개인이나 기업 모두에게 장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에 함께 개발하는 워드프로세서와 프레젠테이션, 스프레드시트 등 3개 프로그램도 티맥스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사무용 소프트웨어는 기존 MS 오피스 문서는 물론 한컴오피스 등 다양한 문서와 호환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티맥스는 과거 티맥스 윈도를 출시할 때 이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명칭을 '티맥스 스카우터(Tmax Scoutor)'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 역시 티맥스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속도와 보안성이 강화된 독자적인 제품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티맥스의 이런 다소 '놀라운' 주장은 과거와 달리 가볍게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티맥스는 지난해 12월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티맥스 글로벌 사업부문 부사장을 지냈던 박학래 씨를 초대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전담 회사를 별도로 두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겁니다.
이러한 돈키호테식 도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종속된 PC 운영체제를 탈피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티맥스가 2015년에는 매출액 905억 원, 영업이익 191억 원을 기록하며 미들웨어·프레임워크·DBMS 시장에서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패한 사업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2009년에 공개했던 '티맥스 윈도9'는 국내 최악의 소프트웨어 흑역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좌초된 상황이어서 네티즌의 선입견을 떨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입니다.
과거의 '티맥스 윈도9'는 무척 심각했습니다. BSD라는 유닉스 OS의 코드를 참고하고, 와인(Wine)과 리액트OS(ReactOS)라는 윈도 호환 프로젝트 자료를 무단으로 활용해 개발코드 라이선스(GPL)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사무용 소프트웨어 역시 당시에는 '오픈오피스'라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참조하여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심지어 박대연 사장은 당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구글 크롬 OS는 오픈소스를 짜깁기한 것이며 구글의 기술력은 티맥스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윈도 호환 운영체제를 만들겠다는 티맥스의 주장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적화를 끌어내지 못하면 유닉스도 윈도도 아닌 어정쩡한 구조를 갖게 된다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운영체제의 핵심인 '커널'은 이번에도 유닉스,리눅스 구조를 따를 것이 확실시됩니다. 이 커널 위에 시스템을 얹고, 다시 그 위에 리눅스와 윈도 호환 레이어를 물리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구조 아래서는 치밀한 최적화 과정이 없으면 속도가 크게 느려질 것이 자명하다는 겁니다. 윈도가 한두 단계에서 처리하던 작업을 티맥스 OS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 호환성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윈도 호환 운영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호기심'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대표적으로 이런 복잡한 호환 레이어를 극단적으로 잘 활용한 운영체제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원래 리눅스 기반인데, 달빅(Dalvik) 및 ART(Android Runtime) 등의 가상 구동머신이 그 위에서 동작하는 형태입니다. 하드웨어 성능은 뛰어난데 안드로이드 초기 버전의 운영체제의 결과물이 형편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수많은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제조사의 노력으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완전히 다시 만들어내다시피 하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달리 PC 운영체제는 그 개발 범위와 호환 폭이 광범위하여 소프트웨어 기업 한 곳에서 비슷하게 모방하여 이뤄내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PC용 운영체제는 세계 최강자 MS조차 신제품 '윈도10'을 한시적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로 제공할 정도로 시장 가치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티맥스가 또다시 윈도 호환 OS 제작에 도전하는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습니다.
티맥스 윈도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박 사장의 인터뷰에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박학래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OS와 미들웨어, DBMS 등 3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의 기업만이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들웨어와 DBMS 시장에서 성공한 티맥스가 OS를 개발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3대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기업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3대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5% 정도만 점유한다면 약 85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다"며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가 한국 경제 도약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기술적 완성도나 가치를 떠나 만들 수만 있다면 기존 소프트웨어 판매 플랫폼과 엮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티맥스소프트의 주력 사업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구축(SI)으로, 유지보수나 저작권 이슈에 자유롭다는 강점을 앞세우면 운영체제가 필요한 사업에 함께 묶어 판매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운영체제는 사실상 국내 경쟁 업체도 없고, 보급만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특정 영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손쉽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운영체제다 보니 자사 제품을 위한 최적 코드를 아예 기본 내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국가적 또는 산업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점을 타파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며 다양한 운영체제 선택의 기회를 만들어 한다는 티맥스 OS의 야심 찬 주장은 인상적입니다. 연합뉴스가 '티맥스 윈도'를 빨리 설치하여 철저하게 검증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brian.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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