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삼식이'된 노년 아빠들

목사골 최 2015. 7. 14. 14:58

 

'삼식이'된 노년 아빠들 "남은 건 외로움 뿐"2014 통계청 사회조사결과문화일보 | 김다영기자 | 입력 2015.07.14. 11:56 | 수정 2015.07.14. 12:01

"가정생활 스트레스 심하다" 20대 4.4%→65세이상 8.2% 아내·자녀와 관계 서먹해져

중·노년 아빠들의 외로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30∼40대 때 일에 쫓겨 배우자와 정서적인 유대를 쌓는 일을 소홀히 하다가 인생 후반기 외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균 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배우자와 단 둘이 보낼 시간이 수십 년씩 늘고 있지만, 중·노년 아빠들은 '가장에서 남편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한번 서먹해진 부부 관계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13일 오후 만난 김문식(가명·67) 씨는 한때 다정하면서도 성실한 '슈퍼맨 아빠'로 불렸다고 한다. 건설회사에 다니며 세 자녀를 반듯하게 키워 모두 결혼시켰고, 정년 후에도 자격증을 이용해 이런저런 일을 해오다 지난 3월 모든 경제활동을 접었다. 하지만 퇴직 후 김 씨는 '삼식이'(퇴직 후 집에서 세 끼를 챙겨 먹는 남성을 비하해 이르는 말)가 되고 말았다.

김 씨는 "아등바등 자식 셋 출가시키고 나니 인생 말년에 남는 건 외로움뿐"이라며 "아내와 살을 부대끼며 산 지 45년이 흘렀지만, 정작 둘만의 시간이 주어지니 어색해 밖으로 나가게 되고, 아이들도 나보단 아내에게 더 자주 연락한다"고 말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가정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 사회조사에서 '가정생활에 스트레스를 매우 느낀다'고 답한 남성의 비율은 13∼19세는 4%, 20대의 경우 4.4%, 30대는 6.9%였다. 40대는 7.1%였고, 50대가 7.3%, 65세 이상이 8.2%로 나타났다.

한경혜(아동가족학) 서울대 교수는 "부부관계는 습관 속에서 패턴화되면서 형성되는 만큼 젊었을 때부터 이어온 부부의 소통 방법들이 굳어져 노년까지 이어진다"며 "이제 고령화 시대로 부부가 단 둘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 만큼 아이 중심이 아닌 부부 중심의 가족관계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영·김영주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