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빗나간 예측들
매일경제 입력 2014.01.23 17:21
대세 하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쓸 돈이 부족해져서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대신할 수요가 없으므로 장기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논리는 이미 1963년도에 경제학자 안도와 모딜리아니가 생애주기가설에서 제시한 바 있다. 소득이 많은 청장년기에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을 축적하고, 은퇴 이후에 이 자산을 처분하여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며 소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후 고령화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을 예측하려는 시도들이 뒤따랐으나 성공보다는 실패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맨큐-와일의 1989년 논문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 1987~2007년 기간 중 주택의 실질가격이 연간 3%씩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이 예측은 20년 동안 주택의 실질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격 붕괴를 의미하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주택 실질가격은 연간 3.5% 정도 상승하였다.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최근의 연구는 보다 가벼운 충격을 예상한다. 국제결제은행의 타카스 박사가 2012년 발표한 논문은 22개 선진국의 1970~2009년 자료를 분석하고 인구 변화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였다. 결론은 평균적으로 향후 40년간 연간 0.8% 정도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그 효과가 크겠지만, 소득 증가 등의 다른 요인들이 상쇄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왜 고령화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의 가격 하락 효과를 가지지 못할까. 고령층의 주거 행태가 생애주기가설의 예측과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도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자가에서 임차로 바꾸어 이사 가는 소위 다운사이징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은퇴자 1002명 중 56.6%가 이주 경험이 없고 거주지를 옮길 계획도 없었다. 이주한 사람 중에서도 노후자금 확보 목적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생애주기가설에서 벗어나는 고령층의 행태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주택과 금융자산은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은 언제라도 처분해서 소비를 충당하는 데 쓸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집을 처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린다. 마치 두 가지 자산이 심리적으로 서로 다른 계정에 들어가 있는 듯 대한다는 것이다. 살던 곳에서, 살던 집에서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있고 싶은 희망 때문일 것이다.
둘째, 자녀들에게 상속을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집을 처분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많다. 죽을 때 모든 자산가치가 0이 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애주기가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동기이다.
이런 가설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가 건국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나왔는데, 이 논문은 국민노후보장 패널의 자료로 중고령가구의 주택 다운사이징 요인을 분석하였다. 가구의 소득수준과 소득변화가 다운사이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배우자 사망과 같은 인구학적 변수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다운사이징 확률이 낮아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경우 주택보다는 금융자산을 우선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구 고령화는 항상 거기에 있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주택시장의 배후 소음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문제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부동산 시장이 통상적인 경기변동을 겪는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세 하락에 접어든 것인지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대세 하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쓸 돈이 부족해져서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대신할 수요가 없으므로 장기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논리는 이미 1963년도에 경제학자 안도와 모딜리아니가 생애주기가설에서 제시한 바 있다. 소득이 많은 청장년기에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을 축적하고, 은퇴 이후에 이 자산을 처분하여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며 소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후 고령화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을 예측하려는 시도들이 뒤따랐으나 성공보다는 실패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맨큐-와일의 1989년 논문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 1987~2007년 기간 중 주택의 실질가격이 연간 3%씩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이 예측은 20년 동안 주택의 실질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격 붕괴를 의미하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주택 실질가격은 연간 3.5% 정도 상승하였다.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최근의 연구는 보다 가벼운 충격을 예상한다. 국제결제은행의 타카스 박사가 2012년 발표한 논문은 22개 선진국의 1970~2009년 자료를 분석하고 인구 변화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였다. 결론은 평균적으로 향후 40년간 연간 0.8% 정도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그 효과가 크겠지만, 소득 증가 등의 다른 요인들이 상쇄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왜 고령화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의 가격 하락 효과를 가지지 못할까. 고령층의 주거 행태가 생애주기가설의 예측과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도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자가에서 임차로 바꾸어 이사 가는 소위 다운사이징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은퇴자 1002명 중 56.6%가 이주 경험이 없고 거주지를 옮길 계획도 없었다. 이주한 사람 중에서도 노후자금 확보 목적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생애주기가설에서 벗어나는 고령층의 행태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주택과 금융자산은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은 언제라도 처분해서 소비를 충당하는 데 쓸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집을 처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린다. 마치 두 가지 자산이 심리적으로 서로 다른 계정에 들어가 있는 듯 대한다는 것이다. 살던 곳에서, 살던 집에서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있고 싶은 희망 때문일 것이다.
둘째, 자녀들에게 상속을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집을 처분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많다. 죽을 때 모든 자산가치가 0이 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애주기가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동기이다.
이런 가설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가 건국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나왔는데, 이 논문은 국민노후보장 패널의 자료로 중고령가구의 주택 다운사이징 요인을 분석하였다. 가구의 소득수준과 소득변화가 다운사이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배우자 사망과 같은 인구학적 변수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다운사이징 확률이 낮아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경우 주택보다는 금융자산을 우선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구 고령화는 항상 거기에 있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주택시장의 배후 소음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문제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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