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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골 최 2013. 8. 24. 14:03

 

3G 사용자는 몹쓸 루저라고? 리얼리?

한겨레|입력2013.08.24 12:00

 

[한겨레][토요판] 뉴스분석, 왜?

LTE 광고 전쟁

▶ 요즘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통신사의 광고가 넘쳐난다. 내로라하는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이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강한 어조로 "속도 2배"(에스케이텔레콤), "100% 엘티이"(엘지유플러스), "데이터 2배"(케이티)를 외쳐댄다. 그런데 주는 게 많아지고(2배), 완벽해지면(100%) 소비자에게 좋은 걸까? 안타깝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윤을 위해 뛰는 기업체가 거저 뭔가를 더 줄 리는 없지 않은가.

요즘 이동통신 시장이 시끄럽다. 지금까지 통신시장이 시끄럽다는 것은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보조금 전쟁' 대신 '광고 전쟁' 중이고, '완벽한 엘티이(LTE)' '엘티이-에이'(LTE-A) 등 어려운 개념과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다른 한쪽에서는 엘티이용 주파수 경매를 두고 이동통신 3사가 2 대 1로 나뉘어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기능이나 환경은 별반 달라진 게 없는데, 통신사들끼리는 꽤 심각한 분위기란 얘기다.

엘티이가 뭐기에 이렇게 말이 많은 걸까? 통신사들은 왜 서로 다른 구호를 내세워가며 광고 전쟁을 벌일까? 이는 이용자와 별 관련 없는 주제 같지만, 알고 보면 통신 속도와 상품(요금)으로 연결된다. 이용자와 무관할 수 없는 이슈란 얘기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흐름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타임머신을 잠깐 뒤로 돌려 이동통신의 역사를 짚어보자.

'세계 최초'라는 LTE-A의 불편한 진실

한국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는 1984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케이티)의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에스케이텔레콤)가 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초일류층만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였다. 90년대 초엔 카폰이 자동차 밖으로 나왔다. 서태지가 등장해 엑스(X) 세대의 출현을 알린 그 시절, 폼깨나 잡는 이들은 벽돌보다 약간 날씬한 크기의 새카만 휴대폰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벽돌폰'의 서비스라야 음성통화가 전부였고, 그것도 시골에서는 끊기기 일쑤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1세대(G) 통신(아날로그 음성통신)이라고 부른다.

그로부터 10여년 뒤 2세대 통신이 등장했다. '시디엠에이'(CDMA·코드분할다중접속)란 말을 기억하는가? 한국은 1996년 시디엠에이 방식의 2세대 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전세계적으로는 유럽방식(GSM)이 다수를 이뤘다) 2세대 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14.4kbps(나중엔 144kbps 수준까지 발전)로, 음성통신에 문자메시지 기능이 추가됐다. '한국 지형에 강한'이라는 애니콜 광고와 플립형·폴더형 단말기들이 이 시절을 상징한다.

'속도 두 배' SK텔레콤
'100% 엘티이' LG유플러스
'데이터 두 배' KT
보조금 전쟁 저리 갈 정도로
속도 광고 전쟁이 치열하다
4G는 3G에 비해 새로움 적고
LTE-A는 그 속도에 걸맞은
서비스와 콘텐츠가 전무하다
끊임없는 속도 레이스 경쟁은
소비자의 주머니만 털 뿐이다


2003년 대도시부터 초기 3세대 통신(CDMA2000-1X EV-DO)이 시작됐고, 2007년 본격적인 3세대 통신(WCDMA) 경쟁이 시작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4~21Mbps(나중엔 21Mbps 수준까지 발전)로 획기적으로 높아져, 인터넷 이용이 가능해졌다. 3세대 통신의 진화 과정에서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컴퓨터화된 휴대전화(스마트폰)도 등장했다.

두해 전인 2011년 7월엔, 요즘 광고에서 자주 얘기하는 엘티이 방식의 4세대 통신이 상용화됐다. 엘티이는 3세대 기술에서 오랫동안 발전해온 기술(Long Term Evolution)이란 뜻인데, 한국은 세계 최초로 엘티이 전국망을 구축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1분 남짓이면 700메가바이트(MB) 영화 한편을 다운받을 수 있는 75Mbps 수준으로 향상됐다.(전문가들은 100Mbps 수준을 넘어야 4세대라며 엘티이를 3.9세대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논외로 한다.)

올해 6월에는 또다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엘티이-에이 서비스가 시작됐다. 엘티이-에이는 진화된 엘티이(LTE-Advanced)란 뜻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주파수 대역을 묶어 한 대역처럼 운용하는 기술(CA)을 이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최고 두배(150Mbps)까지 높인 게 특징이다.

결국, 이동통신 기술의 역사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향상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화한 세대별로 핵심 서비스가 추가됐다. 2세대에서는 문자메시지가, 3세대에서는 인터넷이라는 킬러 콘텐츠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4세대 이후로는 새로움의 정도가 덜하다. 엘티이에서는 통신기술(더욱 빨라진 인터넷)에 의료·교육 등을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들이 창출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엘티이-에이는 딱히 붙일 말도 없다. 엘티이-에이에서만 가능한 게 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 속도는 단계별로 꾸준히 빨라지지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주관적인 만족도는 낮아지는 '한계효용 체감 법칙'이 작용하는 셈이다.

또 한국 이동통신 역사에서는 '세계 최초'가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이동통신 기술·환경이 우수하다는 얘기지만, 그 이면엔 소비자 부담이 과도하다는 진실도 자리하고 있다. 망을 새로 깔 때마다 통신사들은 각각 수조원씩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돈은 결국 이용자가 낸 요금에서 충당되기 때문이다.

LTE 내세워 가입자 133만명 늘린 LG유플러스

그렇다면 통신사들은 왜 끊임없이 속도 레이스를 펼칠까.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이통 3사의 묘한 역학관계를 꼽을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십수년째 '에스케이텔레콤 5 : 케이티 3 : 엘지 2'로 굳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속도(기술 진화)를 통해 판을 흔들어보려 했다. 보조금이 시장에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지만 자금력에서는 에스케이텔레콤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2007년 3월 '쇼'(SHOW) 브랜드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3세대(WCDMA) 마케팅에 나섰다. 케이티의 3세대 서비스 가입자는 서비스 개시 1년 뒤 500만명, 2년 뒤 1000만명에 육박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보조금으로 점유율을 방어하며 3세대 망 구축 추격전을 벌였고 2009년 초 가입자(WCDMA) 수에서 케이티를 따라잡았다.(863만명 대 857만명) 케이티는 2009년 말 '아이폰 도입'이라는 회심의 수를 던졌지만, 시장점유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뺏기는 만큼 보조금으로 다시 찾아오면 되는 게 시장 생리였기 때문이다.

4년 뒤엔 엘지가 치고 나왔다. 2011년 7월 '엘티이는 유플러스가 진리'라는 공세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2010년 엘지텔레콤과 엘지파워콤, 엘지데이콤이 합병돼 탄생한 엘지유플러스의 최고경영자(CEO)로 이상철 부회장이 취임했다. 케이티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업계 거물인 그는 취임 초 '탈통신'을 부르짖더니, 이듬해 '엘티이'로 전략을 수정했다. 3세대 때와 마찬가지로 주춤거리며 관망하던 에스케이텔레콤이 약간 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케이티는 주파수 문제로 2세대 서비스를 강제 종료한 뒤 시작하느라 6개월 늦은 2012년 초에야 엘티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엘티이 가입자는 3세대 때보다도 더 빨리 불었다. 3세대는 도입 2년 만에 1800만명 가입자를 확보했는데, 엘티이는 같은 기간 2200만명을 모았다. 엘티이를 먼저 치고 나선 엘지는 나름 짭짤한 재미를 봤다. 가입자 수는 엘티이 시작 직전인 2011년 6월 말 919만명(점유율 17.7%)에서 올해 6월엔 1052만명(˝ 19.4%)으로 늘었다. 시장이 포화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반면 뒤늦게 엘티이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티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31.5%(1630만명)에서 30.4%(1644만명)로 빠졌다.

지난 6월 시작된 엘티이-에이는 "속도 두배"를 내세운 에스케이텔레콤이 선수를 쳤다. 시장 최강자이면서도 3세대와 4세대(엘티이) 때 한발 늦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엔 엘지유플러스가 바로 뒤따르며 "100% 엘티이"를 강조하고 나섰다. 케이티는 이와 달리 "데이터 2배"를 내세운다. 엘티이 때와 마찬가지로 엘티이-에이에서도 뒤처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엘티이-에이는 서로 떨어진 두 대역을 묶어 속도를 두배로 높이는 게 핵심인데, 현재 케이티는 보조주파수인 900㎒ 대역에서 간섭 문제가 발생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 문제로 케이티는 정부(미래창조과학부)를 상대로 "불량주파수를 내줬다"며 항의했고, 미래부에서 정비 작업을 진행중이다.)

대신 케이티는 현재 진행중인 주파수 경매에서 엘티이 주력 주파수인 1.8㎓ 바로 옆 대역을 낙찰받아 광대역화하는 방식으로 엘티이-에이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한다. 서로 다른 대역을 더해 광대역화하는 엘티이-에이 서비스는 전국망 구축과 단말기 보급 등 문제로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로 옆 대역을 더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덜 든다. 에스케이와 엘지가 결사반대하고 있는 이유다. 사실 에스케이와 엘지가 서둘러 엘티이-에이를 시작한 것도, 케이티의 주파수 광대역화 가능성에 대한 선제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엘티이 이후 가입자당 평균수익도 8362원 증가

다시 속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속도전에는 이통 3사의 묘한 역학관계뿐 아니라, 3사 공동의 이해관계도 깔려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가입자(5400만명)가 전체 인구(5000만명)보다도 많을 정도로 과포화돼 있다. 가입자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통신사는 가입자로부터 받는 요금을 늘려야만 매출과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땅을 넓히지 못하면 건물을 높이 올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3세대 때 스마트폰이 일반화할 때도 통신사들은 정액요금제를 이용해 평균요금을 크게 높였다. 엘티이에서는 그 수준이 더 높아졌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엘티이 서비스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1년 2분기 엘지유플러스의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은 2만5472원에 불과했다. 2년 뒤인 올해 2분기에는 3만3834원으로 폭등했다. 2세대 서비스가 100%였는데, 2년 새 값비싼 엘티이 요금제 가입자가 590만명으로 전체(1052만)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전체 가입자가 많아 엘티이 가입자 비율이 낮은 에스케이와 케이티의 가입자당 평균수익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은 엘티이-에이(또는 케이티의 주파수 광대역화)에서도 이어질까? 우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앞서 설명한 대로 속도에서 한계효용 체감 법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전망도 있다. 사실 3세대에서도 웬만한 인터넷 사용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무료로 사용하는 무선랜(와이파이) 구역도 확대되는 추세다. 그런데도 상당수 3세대 이용자들은 (심지어 데이터 무제한 사용 요금제에서도) 엘티이로 전향했다.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한 확연한 속도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모든 이용자가 그런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필요와 관계없이 우선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개개인들의 취향과, 엘티이 서비스로 갈아탈 것을 강권하다시피 하는 통신사들의 밀어붙이기식 마케팅이 더해진 결과다. 제조사도 돈이 별로 안 되는 피처폰(2, 3세대) 대신 스마트폰 제작·판매에만 집중하고 있고, 정부도 삼성·엘지·팬택 등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수출 확대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런 기류를 방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3000만명이 넘는 2, 3세대 가입자는 종종 '유령' 취급을 당한다. 현재 한창인 엘티이-에이 광고 전쟁에서 3세대(3G)는 아예 몹쓸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조차 하다. 엘티이는 기본이고 엘티이-에이는 옵션이라는 게 사회적 대세인 양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엘티이-에이(의 속도)에 걸맞은 서비스나 콘텐츠는 전무하다.

현명한 이용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필요에 맞는 요금제와 단말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당연한) 말 이외에는 답이 없다.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툴툴거리지만 말고 알뜰폰(MVNO) 또는 통신협동조합 등을 이용해보자. 서비스 차이는 없으면서도 요금의 30~40%는 쉽게 줄일 수 있다. 출퇴근용 자동차가 필요한데 모두가 시속 200~300㎞짜리 스포츠카만 바라보고 있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통신사들도 이상하긴 하다. 이미 시속 200㎞짜리 자동차를 만들어놓고도, 계속 속도를 높이는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싼값에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연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순혁 기자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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