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보다 무서운 '3大 비급여' 의료] 선택진료 없애고 상급병실 줄인다

국민일보|입력2013.06.01 04:03
새 정부 출범 후 의료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해법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선택권 없는 강제징수'라는 비난을 받아온 선택진료비는 폐지에 큰 이견이 없다.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상급병실은 축소로, 간병비 보험적용은 장기과제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길은 '원샷 개혁'과 '단계적 개편'에서 크게 갈린다. 정부는 단계적 확대와 전면 실시, 두 카드를 고민 중이다. 4대 중증질환(암·뇌혈관·심장·희귀난치성)으로 한정해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5000억원 내외. 모든 질환으로 확대할 경우 비용은 최소 연간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달 말쯤 3대 비급여를 포함해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안'을 발표한다.

◇선택진료비=과거 특진으로 불렸던 선택진료는 환자가 특정 의사를 골라 진료를 받는 제도다. 선택권 보장을 명분으로 환자에게 일정 비율의 추가 비용(선택진료비)을 부과했다. 선택진료제는 '전문의 10년 이상'이란 자격기준만 충족하면 최대 80%까지 지정이 가능해 종합병원 의사의 절대 다수가 선택진료 의사로 분류돼 있다.

이기효 인제대 교수는 "실제로는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인데 우리는 이걸 선택진료라고 부른다. 이름과 내용이 부합하지 않는 제도는 어떤 이유에서든 폐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도 "선택진료는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물론 "요즘 환자들은 충분히 조사한 뒤 의사를 선택한다"(이상교 연세의료원 경영지원팀장)거나 "선택진료비 폐지로 좋은 의사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이 사라지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윤석준 고려대 교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가는 쏠림현상은 이미 수용능력의 한계까지 극대화됐기 때문에 쏠림이 더 심해질 거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자 선택권에 대해서는 "암·심장병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 대형병원 의사의 거의 전부가 선택진료 의사다. 선택진료 의사들 중 선택일 뿐"(김윤 서울대 교수)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현재 병원이 선택진료비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2조원 규모. 선택진료비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주장해온 병원이 2조원을 순순히 포기할 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불하는 보험금)를 올리는 방안, 종별가산제(병원 규모에 따라 보험금을 가산해주는 제도)를 조정해 보전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다.

◇상급병실료=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실(통상 5∼6인실) 이상 상급병실에 입원할 경우 39만5000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 1인실 최고가)∼11만5000원(4인실 최고가)의 병실료는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보험이 적용되는 6인실은 병실료 6만원 중 보험이 5만원, 환자가 1만원(본인부담금)을 낸다. 4인실과 6인실의 서비스 차이에 비해 내는 돈(11만5000원 vs 1만원)의 차이가 너무 크다. 당연히 대다수 환자들은 6인실로 몰리지만, 공급은 달린다. 현재 일반병실 비율은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병원의 일반병실 비율은 65%에 불과해 환자 수요(80%)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실을 6인실에서 3∼4인실로 확대하자"고 말한다. 이럴 경우 이번에는 6인실 대신 3인실 수요가 폭발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본인부담금을 높게 책정하면 된다. 이를테면 4인실 비용 11만5000원 중 보험이 6인실과 동일한 5만원을 보장하고 나머지 6만5000원을 환자가 지불하도록 설계하면 환자는 1만원(6인실)과 6만5000원(4인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아예 비율을 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현재 병원이 운영하는 상급병실 비율과 상관없이 무조건 70%는 일반병실로 계산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이 비율에 맞춰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간병비=간병비는 정부가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시작하면서 일단 시범사업의 성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아졌다. 간호사를 확충해 보호자의 간병 없이도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는 사업이다. 간병비 문제는 간호사가 해야 할 간병 업무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지극히 한국적 상황에서 생겨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간병인 고용비를 보험으로 충당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근본 해법은 간호인력 중심의 간병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통해 정부가 내건 목표에는 전문가 대다수가 '적극적 찬성'을 표한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간병비를 보험으로 보상하면 병원이 간호인력을 더 적게 고용하려 할 것"이라며 "간호사가 간병을 하도록 한 정부 방향이 맞는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