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등록날 전격 단일화 카드.. 尹-安 '험난한 과정' 시작됐다
임재섭 입력 2022. 02. 13. 19:50 댓글 55개국민의힘 '여론조사' 부정적
역제안 등 당분간 핑퐁 불가피
최종단일화까지 협상 가시밭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간 박빙의 판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안·윤 후보의 결합은 단숨에 승부의 추를 야권으로 기울게 하는 '태풍급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록 안 후보가 구체적 단일화 방식까지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최종 단일화까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실제 이날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에 국민의힘 측은 즉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대승적 차원의 '정권교체'에 집중해 접근한다면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선관위에 대선 후보로 등록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윤 후보에게 정식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최근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으며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안 후보가 대선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양당 간 합의했던 방식을 따르면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윤 후보는 일단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이견을 드러낸 셈이다.
다만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안 후보 제안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제안의 핵심인 여론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개입을 우려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날 제안이 안 후보 입장에서 보면 최선의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혀 독자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가족 문제가 없는 깔끔한 정치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막판 여론조사에서 '안일화'를 통한 역전극을 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특히 안 후보가 제안한 '서울시장 단일화 방식'의 경우 경쟁력·적합도를 절반씩 섞는 방식에다 역선택 조항은 넣지 않아, 이재명 후보 측 지지자도 참여할 수 있다. 당시 오 시장이 승리했던 만큼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룰을 제안한다'는 평가를 듣지 않으면서도 윤 후보를 압박하기 나쁘지 않은 제안인 셈이다. 만일 윤 후보가 제안을 거부할 경우 윤 후보에 일정부분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넘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다만 이날 직접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대선과 함께 치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3개월 후 치를 지방선거 공천 문제 등의 '세부사항'은 넘어야 할 산으로 거론된다. 실제 양당은 단일후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공천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일단 거부하는 움직임이지만 일종의'기 싸움'으로 보고, 양당 간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저쪽에서 제안했다고 덥석 잡는 경우는 원래 정치권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며 "그냥 받을 수도 없는 것이 양측이 소위 (단일화 관련 거부·역제안 등을 주고받는)'핑퐁'을 하면서 주목도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단일화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 지지층의 존재 여부인데,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층이 (국민의당 핵심 지지층보다 훨씬)많아, 따져보면 윤 후보 입장에서 안 후보의 제안을 못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일각에서는 역선택 이야기도 나오지만, 역선택까지 하면서 교란할 유권자 숫자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지만, 안 후보 입장에서는 명분을 선점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골자로 한 단일화 제안을) 던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큰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에 기회가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안 후보 미래가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방공천이니, 책임총리니 하는 것을 언급하지만 이런것은 흥정하는 구태정치인들이나 생각하는 것이지 새정치를 언급하는 안 후보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