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옆에서 대추 키우는 우상호 땅 가보니
고성민 기자 입력 2021. 06. 09. 16:14 수정 2021. 06. 09. 20:42 댓글 3601개
9일 오전 찾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유의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땅. 입구 오른편에 우 의원 모친과 부친의 묘지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묘지 옆에는 단독주택이 별장처럼 건설돼 있었고, 입구 왼편으로는 1160㎡(약 351평) 규모의 밭이 보였다. 잘 관리된 듯 보이는 밭에는 배추와 부추, 대파 등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고 대추나무와 사과나무 등도 있었다.
9일 오전 찾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유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땅. /고성민 기자
이 땅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요구한 곳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가족 총 816명의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했고, 우 의원 등 12명 의원의 사건을 특수본에 이첩했다. 민주당은 전날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며 실명을 공개했다.
우선 공직자 재산공개와 토지대장, 등기부등본부터 살펴보면, 우 의원은 길명리 339-1번지 밭(田) 2340㎡(약 708평)를 2013년 7월 매수했다. 매매가는 1억500만원이다.
우 의원은 2014년 4월 토지를 두 개로 쪼개며 일부 필지를 분할(339-3번지, 100㎡)했다. 한 달 뒤인 5월엔 작은 쪽 필지를 묘지로 지목변경했다. 이로부터 3년 뒤인 2017년 6월엔 넓은 쪽 필지를 다시 3개로 쪼갰다. 원필지인 339-1번지는 567㎡로 좁아졌고, 339-4번지와 339-5번지가 새로 생겼다. 2018년 1월엔 339-4번지(513㎡)의 지목을 대지로 바꾸고 단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었다. 339-5번지(1160㎡)는 분할된 뒤에도 지목이 밭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340㎡짜리 밭이 총 4개로 쪼개진 셈이다. 원필지는 567㎡로 좁아졌다. 분할된 필지는 묘지(100㎡)와 단독주택용 대지(513㎡), 밭(1160㎡)으로 각각 나뉘었다. 우 의원은 원필지(567㎡·밭)에는 18㎡짜리 창고를 설치했다고 신고했다. 연 면적 20㎡ 이하까진 농지전용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밭에 창고를 설치할 수 있어서 불법은 아니다.
이날 찾은 우 의원의 땅은 우선 ‘투기 의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속한 농지를 매수한 사건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우 의원의 땅은 서울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을 달려 포천시청쯤에 도착한 뒤로도 차로 약 30분을 더 달려 도착하는 곳이다. 금주산 자락 끄트머리에 위치해 주택으로든 토지든 투자가치는 영 없어 보였다. 인근 곳곳에는 다른 묘지들도 많이 보였다. 포천시의 향토유적 제32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문신 양사언 선생 묘도 가까이 있었다. “묘지로 쓰기 위해 구한 땅”이라는 우 의원의 말에 힘이 실렸다.
농지법 위반 여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지법 위반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적발되는 것은 농지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을 때다. 농지는 국가 식량을 공급하는 기반이라는 관점에서 헌법과 농지법은 경자유전 원칙(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가질 수 있음)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서다.
우 의원은 이와 관련, “전체 토지의 3분의 2는 사과나무, 자두나무, 대추나무 등을 심고, 나머지 3분의 1은 옥수수와 콩, 배추, 무, 부추, 대파, 고구마 등을 재배하고 있다”면서 “해당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은 마을 이장과 이웃 주민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우 의원은 또 지난해 12월 게시된 유튜브 영상을 페이스북에 링크로 첨부하기도 했다. 배우 안내상, 우현씨가 우 의원의 포천 밭을 찾아 함께 배추를 뽑고 별장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마을이장 양윤서(62)씨는 자택에 부재중이라 만날 수 없었으나, 통화에서 “우 의원이 농사를 짓는 걸 가끔 봤다”고 했다. 양씨는 “할아버지 산소가 근처에 있어 찾아뵙다가 우연히 그 땅을 지나치며 우 의원이 농사짓는 모습을 봤다”면서 “부부가 함께 밀짚모자를 쓰고 밭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고, 이후에도 가끔 부부가 농사를 짓는 걸 지나가며 봤다”고 했다. 양씨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노인정에 와서 마을 분들께 인사드리라고 얘기했더니 우 의원이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날 우 의원의 땅에는 서울에서 건축·인테리어 관련 일을 한다는 우 의원의 지인 A(63)씨가 대문을 열어놓고 별장에 방충망을 설치하는 시공을 진행하고 있었다. A씨는 조선비즈와 만나 “우 의원이 실제로 농사를 오랜 기간 지어온 것이 맞는다”면서 “4년 전쯤엔 이 밭에서 자란 농작물을 나눠 먹기도 했고, 작년에는 농업용 호스를 밭에 설치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의 주장처럼 우 의원의 지인과 마을이장도 우 의원이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을 증언한 셈이다. 다만 우 의원의 땅과 250여m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길명리 주민 B(69)씨는 “얘기만 들었지 우 의원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최종심(58)씨와 전기순(76)씨도 “길명리에 수십년 거주하며 한 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지만, 우 의원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농사를 실제로 지었지만 주민과의 교류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찾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유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땅. /고성민 기자
우 의원의 땅은 다만 애초부터 묘지로 쓸 목적이었으면서 경작 계획을 제출해 허위로 농지취득증명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농지법 위반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 의원은 2013년 7월 이 농지를 매수하며 옥수수와 콩 등을 심겠다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모친을 가매장했고, 이후 부친의 묘지도 옮기며 정식으로 묘지허가신청을 넣었다. 포천시청에 따르면 우 의원이 묘지허가신청을 한 것은 2014년 3월, 지목변경을 하고 시청으로부터 묘지허가를 받은 것은 2014년 5월이다. 2013년 7월~2014년 5월 약 10개월 동안은 농지에 가묘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당시 묘지 조성과 관련해 포천시청에 문의한 결과, 묘지허가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므로 일단 가매장을 하고 묘지조성 허가를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포천시청의 안내절차에 따라 가매장을 한 후 묘지허가를 받았다. 이후 모든 행정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해 농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0개월의 예외적 상황을 포천시청에서 인정해줬다는 것이다. 현재 묘지 허가업무를 담당하는 포천시청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우 의원에게 어떤 담당자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 현재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농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기엔 농지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꽤 비슷한 사례에 대한 판결로 한 농민이 유죄를 받은 사례가 있다. 대법원 판례(2010도5112)를 보면, 농지법 위반 판결을 받은 농민 C씨 사례가 우 의원과 꽤 비슷하다. C씨는 각기 다른 곳에 있던 화장한 유골 5기를 가로세로 각 20㎝ 정도의 각진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농지에 묻곤 가족묘지로 삼았다. 봉분을 만들지는 않았으나 일부에 경계석을 놓고 대리석 덮개를 설치했다. 관할 시청이 적발하며 원상회복명령을 내리자 C씨는 그 위에 흙을 덮은 후 경작을 했지만, 그럼에도 당시 행위로 인해 유죄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애초에 농지에 묘역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위와 같은 시설을 설치하였다가 원상회복 명령 등 단속 때문에 묘역에 흙을 덮은 후 경작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허가 없이 농지를 일시적이나마 농작물 경작이나 다년생식물의 재배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도 일시사용허가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는 한, 무허가 농지전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은 사용이 일시적이었다거나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그곳에 흙을 덮고 경작을 다시 시작하였다고 하여 달리 판단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물론 우 의원 입장에선 LH 사태로 촉발된 이번 전수조사에서 적발돼 탈당 권유까지 받은 부분은 억울할 수 있다. 앞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비슷한 일로 논란이 됐으나 탈당 권유를 받은 적은 없어서다. 이 전 대표의 동생 이모씨가 소유한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 농지에 이 전 대표 부친과 모친의 묘가 불법으로 조성된 사실이 지난해 4월쯤 밝혀진 바 있다.
영광군청은 미리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과태료 100만원을 동생 이모씨에게 처분했고, 이 전 대표는 종로구 출마를 앞둔 당시 “거의 30년 전 밭에 모신 아버지의 묘 옆에 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문제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면서 “최근 불법이란 사실을 알았으며 법에 따라 과태료를 물고 서둘러 이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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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배4시간전그 정도가 문제면 국짐당은 "난리났네" "난리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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