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끝 보여""백신 모범국"..민심 불지른 결정적 文발언
윤성민 입력 2021. 04. 24. 09:01 수정 2021. 04. 24. 09:24 댓글 2434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둘러보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은 최태원 SK회장.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 도입 예정인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대유행 이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 여론이 처음으로 뒤집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3일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3명에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49%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4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건 지난해 2월 말(긍정 41%·부정 51%)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같은 결과엔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갤럽조사에서도 부정 평가를 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55%)은 백신 확보와 공급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최근 모더나 백신의 도입이 연기된데다 미국 등 선진국이 ‘백신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백신 수급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백신과 관련된 정부의 갈팡질팡 대응,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같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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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 착실하게 진행”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상 실험이 시작되는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의 백신 확보 경쟁은 시작됐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정부는 백신 확보와 치료제 조기 개발을 비롯해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선 “국민의 60%에 달하는 총 3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계획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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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으로 터널의 끝 보여”
지난해 12월 9일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에선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44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3월이면 초기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백신 4400만명분은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에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당시에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4400만명분의 백신이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지만, 당시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백신 확보 물량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4위에 머물렀다.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의 경우 정부는 총 3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구매 계약을 확정짓지 못해 도입 시기도 불분명한 상태였다. 정부가 K방역과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다 백신 확보에는 실기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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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정치화 중단해달라”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3일 대구육상진흥센터에 마련된 수성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수성구 거주 75세 이상 일반인들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2021.4.23/뉴스1
그러다 지난해 12월 22일 강민석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 관련 정부 비판을 ‘백신의 정치화’로 몬 셈이다. 강 대변인은 비공개 발언을 포함한 문 대통령의 백신 관련 지시를 공개했는데, 이는 오히려 논란만 더 키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1일 내부 참모회의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받아 생산키로 한 사실 등을 보고 받고 “충분한 물량 공급”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위탁 생산을 백신 확보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9월 15일 내부 참모회의에서 “글로벌 제약사 등을 통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해 두라”고 지시했는데, 백신 확보 지시가 9월에야 나온 것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당시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이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하루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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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공급, 2분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백신 확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당일 저녁 스텐판 반셀 모더나 CEO(최고경영자)와 직접 통화하며 백신 1000만명분을 추가로 계약했다. 강 대변인은 “모더나는 당초 내년 3분기부터 물량을 공급키로 했으나 2분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모더나 백신은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는 물량을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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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백신·치료제 갖춘 모범국가”
현실과 거리가 있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이어졌다.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백신, 치료제,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 (1월 5일 국무회의), "백신은 충분히 빨리 도입이 되고 있고, 또 충분한 물량이 확보됐다. 집단면역의 형성시기 이런 면에서 한국은 결코 늦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를 것"(1월18일 신년 기자회견),"그동안 정부는 필요한 국민 모두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확보했다”(1월20일 백신 생산 현장 방문) 등이었다.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추이에 따른 하루 확진자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드오미터·아워월드인데이터]
23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3.93%로 OECD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60%를 넘고, 미국은 40% 정도며 유럽 국가는 대부분 두자릿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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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정원2시간전허허헛 박정희정권부터 문재앙정권까지 살아오면서 지금의 이 정권처럼 입으로만 나불대고 입으로만 모든 정책을 수립하는 개들은 처음 겪는다. 아무리 무능하고 능력이 모자라도 머리는 있을 것인데. 입으로 나발대고 입으로 망친다. 모든 것이 입에서 나오는 똥물뿐이다. 자신의 무능함을 이전 정부에 돌려치기하는 수작도 개같고. 농지법을 위반해가면서 아방궁을 짓는 것도 개같다 5년간 국민들을 고통에서 살게했으면 미안한 마음에 아방궁을 짓지는 못할 것인데. 인간으로서의 일말의 양심도 없다 저런 잡개를 국민들은 믿었던가?
- 답글69댓글 찬성하기907댓글 비추천하기753
- 토끼2시간전백신가지고 정치하다 국민한테 쑈를 누가 했는데... 너네 청와대를 비롯해서 힘 좀 쓴다는 알량한 권력가진 자들은 벌써 화이자 다 맞고 터널의 끝에 서서 눈앞이 훤 해지겠지. 하지만 그 끝은 낭떠러지 라는걸 아시는지!
- 답글11댓글 찬성하기533댓글 비추천하기249
- 밥플꽃2시간전써준거 읽기나하니 뭘 알겠어 아무것도 몰라요
- 답글18댓글 찬성하기512댓글 비추천하기184
- Aeolos2시간전대통령이 나설 자리가 있고 직접 말할 꺼리가 따로 있지. 백신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할 욕심으로 직접 나서서 말했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꼴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트럼프따위에게 약하단 소리나 듣고, 어찌나 무능한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 답글13댓글 찬성하기870댓글 비추천하기462
- 불혹2시간전벌리면 거짓말!! 국민들앞에 창피하지도 않냐??
- 답글20댓글 찬성하기642댓글 비추천하기255
- zephyr2시간전답이 안나온다. 한번도 겪어보지못한 실망감.
- 답글8댓글 찬성하기510댓글 비추천하기138
- 오병이어3시간전난 중앙일보가 대한민국 언론이 맞나 너무 의심스럽다. 정말 기레기 제작소 같구나
- 답글48댓글 찬성하기1991댓글 비추천하기484
- likesun2시간전적폐들.. 그 중 언론 적폐가 제일 심하네 야당들에게 쓴소리는 한번도 안하고..
- 답글17댓글 찬성하기759댓글 비추천하기268
- 모닥불2시간전문재인 지지자들은 조선족은 아닌데 미국과 일본을 배타하고 중국과 북한을 지향하는 성향이 비슷하니 그냥 북조선족이라 해야하나......어쩔까....
- 답글33댓글 찬성하기663댓글 비추천하기437
- 진토르배기3시간전다음카카오 좌파 조선족 놈들아 너네 문대통령이 가지고 오는 중국산 백신 니들이나 쳐 맞아라
- 답글22댓글 찬성하기591댓글 비추천하기244
- 닉네임2시간전Lh수사는 끝났냐? 매번 입만 떠들고 결과는 없고.
- 답글10댓글 찬성하기535댓글 비추천하기55
- wodydwjd2시간전집값 올리기만 세계 1등. 썩으랄 ~
- 답글27댓글 찬성하기461댓글 비추천하기129
- wooMyoSuK2시간전조중동기사는100프로못믿음
- 답글18댓글 찬성하기493댓글 비추천하기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