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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신부' 현실로.. 가톨릭의 변화바람

목사골 최 2019. 10. 27. 15:51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수녀가 결혼하는 걸 승인한 대목이 상상된다

종교도  타이트한 룰 보다는 인간중심으로 가나보다

'결혼한 신부' 현실로.. 가톨릭의 변화바람

김수현 기자 입력 2019.10.27. 13:30 수정 2019.10.27. 13:37

가톨릭 내 '사제 독신주의'가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제가 부족해 미사를 제대로 열 수 없어 문제가 됐던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 기혼 남성도 사제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커져, 향후 가톨릭계의 변화가 주목된다.

이런 '사제 독신주의'를 깨야 한다는 논의가 등장한 것은 아마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제가 턱없이 부족해 미사를 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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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사제 부족에 예외 두는 방안
여성 역할 늘리자는 목소리도 커져
투표는 권고사항, 교황이 연내 결정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사제들을 만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가톨릭 내 '사제 독신주의'가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제가 부족해 미사를 제대로 열 수 없어 문제가 됐던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 기혼 남성도 사제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커져, 향후 가톨릭계의 변화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에서는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이 논의됐으며, 투표 결과 찬성 128표 대 반대 41표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제가 결혼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내려져오고 있다. 당시 성직자들의 재산이 상속자가 아닌 교회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혼인을 막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직자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다.

이런 '사제 독신주의'를 깨야 한다는 논의가 등장한 것은 아마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제가 턱없이 부족해 미사를 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제 수가 줄면서 아마존 일부 지역에서는 신자들이 몇 달 동안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또 사제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신자가 1만 명에 달할 정도다.

시노드는 이 같은 경우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노드는 사제 서품을 부여할 수 있는 기혼 남성의 조건으로 '합법적으로 구성된 안정적인 가족'을 지닌 '공동체에 적합하고 존경받는 남성'이라고 규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결혼한 남성들을 1000년 만에 처음으로 사제로 임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투표 결과는 구속력 없는 권고 사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안에 시노드에서 도출된 결론을 참고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남미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신주의를 '가톨릭의 축복'이라고 말해왔지만 "이는 교리가 아닌 규율과 전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마존이나 외딴 태평양 섬과 같은 지역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티칸에서는 이미 결혼한 영국 성공회 목사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 사제 서품을 주고 있다. 시노드는 이와 같이 교회법을 바꿀 필요 없이 사제가 부족한 아마존 지역에 한해서는 규율에 예외를 두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제안서 끝에는 "보다 광범위한 접근"을 제안하면서 사실상 다른 지역에서도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해달라는 제안을 덧붙였다.

이날 시노드는 가톨릭 내에서 여성에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가톨릭에서는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여성에는 사제를 보조하는 부사제직을 부여해 혼인성사와 장례식 및 세례 성사를 주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미사를 진행하거나 고해 성사는 할 수 없다.

한편 여전히 가톨릭계 보수파와 전통주의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혼 사제와 여성 부사제들을 공식 허용하면 가톨릭 교회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분노가 표출되면서 최근 바티칸 내 한 성당에 있던 원주민 여성 조각상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 조각상 가운데 한 개는 이탈리아 경찰에 의해 발견돼 다시 성당에 전시됐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