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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지인 닮은 리얼돌 나올 것" vs "이젠 인형도 경쟁 상대냐"

목사골 최 2019. 8. 8. 08:09

"연예인·지인 닮은 리얼돌 나올 것" vs "이젠 인형도 경쟁 상대냐"

김주영 입력 2019.08.07. 14:18 수정 2019.08.07. 15:18

        
      
[어떻게생각하십니까] 리얼돌 허용 찬·반 논란
한 해외 리얼돌 제작업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특수 메이크업 등에 사용되는 고급 실리콘으로 사람의 신체를 본따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real doll)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는 내용의 판결이 나온 뒤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리얼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일각에서 “일부 여성이 인형마저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등 성대결 양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법원, 1심선 ‘수입 금지’했으나 2·3심서 ‘허용’
 
국내에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은 2017년 한 리얼돌 수입업체가 인천세관에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이후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천세관은 리얼돌을 관세법에 규정된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보고 수입을 규제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이런 세관의 처분이 ‘개인의 성적 결정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각급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논란이 벌어졌다.
 
국내 한 온라인 성인용품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리얼돌 사진. 자료사진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면서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올해 1월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돼 제재가 필요한 경우 등이 아니면 성기구의 수입을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면서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국내에서 제작된 리얼돌은 관련 법 규정이 없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수입산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고, 가격도 수백만원대로 적지 않아 구매대행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리얼돌 수입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리얼돌 가격이 내려가고, 그만큼 수요도 더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내 한 성인용품점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리얼돌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커스텀 제작’ 알려지자 여성들 사이서 ‘반발’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성인용품 업체가 리얼돌 ‘커스텀 제작’(주문자가 원하는대로 만드는 것)을 해주겠다고 광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해당 업체는 여성 연예인 얼굴로도 제작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사진만 보내주면 제작할 수 있다’고 답해 연예인·지인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있는 리얼돌 관련 청원. 청와대 누리집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8일 올라온 이 청원은 마감일인 이날 오전 11시 현재 26만2000여명이 동의,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겼다. 청원인은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리얼돌 사용으로 성범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발 리얼돌 수입, 판매를 금지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여성계가 특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은 여성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의 성욕을 풀기 위한 존재로 치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리얼돌에 ‘강간 인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리얼돌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해외 리얼돌 제작업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꼭 필요한 이들 있다” 반박…성 대결 양상도
 
반면 리얼돌 사용이 법원 판결에서도 명시됐듯 개인의 사적 영역인 데다 꼭 필요한 이들도 존재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중증장애인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겐 리얼돌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지금도 신체 일부를 본뜬 성인용품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이번 법원 판결은 장애인들도 건강한 성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부 여성들의 반발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리얼돌도 존재한다”거나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해야지 아예 제작과 유통을 금지해달라는 건 리얼돌이 필요한 이들에겐 또 하나의 폭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얼돌이 인기를 끌면 남성들에게 외면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리얼돌의 제작과 유통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비판과 관련해 서승희 부대표는 “해석의 방식이라든지 모든 작동 방식에 여성혐오적인 맥락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관련 기사 댓글란이나 SNS 등에서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되고 남성용은 안된다는 건 여아를 대상으로 한 소아성애는 범죄라면서 남아를 대상으로 한 성애는 취향이라는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거나 “모든 남성을 성범죄자 취급하는 거냐”는 취지의 반박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