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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목사골 최 2017. 7. 1. 10:51

스위스 비밀계좌보다 더 무서운 돈의 흐름  사기 당해도 누가 범인인 줄 도 모르는체


비트코인에 꽂힌 한국.. 가상화폐 사기에 쌈짓돈까지 털린다

김수경 기자 입력 2017.07.01. 03:03 댓글 111

갑작스러운 투기 열풍.. 한국 1일 거래량 미국 제치고 세계 1위
자고 나니 수백배 올라?
2013년 코인당 70달러 지금은 2500달러 수준
"수백·수천배 벌었다면 거짓말일 가능성 높아"
금융위기가 키운 가치
굳게 믿었던 화폐 가치.. 은행이 멋대로 대출하며
기존 화폐에 신뢰 깨져 대안으로 '가상 화폐' 떠
전 세계 가상화폐 928종
"투자하면 최대 1만배" 유령 화폐 사기도 급증
거래 이뤄지지도 않는데 가격 마음대로 조정 가능

지난 21일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20여개 금융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을 예고한 협박이었다. 28일을 기점으로 공격하겠다며, 공격을 피하고 싶다면 협상을 하자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제 해커그룹으로 추정되는 이 협박범들은 이메일을 보낸 다음 날인 22일 시범 공격을 해왔다. 이들이 해킹하지 않는 대가로 요구한 것은 달러나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Bitcoin)이었다. 금융사별로 10~15비트코인을 요구했다. 1비트코인은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Korbit) 기준으로 312만7500원 정도다. 경찰은 아직 확인된 공격이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이 유명해진 계기는 또 있다. 넘쳐나는 '비트코인 대박설' 때문이다. 초창기 비트코인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자고 일어났더니 그 액수가 수백 배 올랐다는 소문이다. 실체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전설처럼 떠돌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이미 고수익 투자처로 취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로만 알려져 있던 비트코인이 단순한 화폐 기능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코빗 이사이자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의 저자인 김진화씨는 "비트코인의 다양한 속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당 400만원짜리 '동전'

지난 5월 21일 비트코인 대 원화 환율이 1비트코인당 400만원을 기록했다. 2013년 국내 처음 만들어진 비트코인 거래소 사상 최고가였다. 비트코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금융위기 등으로 시장이 불안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왔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가격은 1비트코인당 10달러에 불과했다.

처음 가격이 급등한 것은 지난 2013년 그리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키프로스의 경제위기 때였다.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던 키프로스 정부는 구제 조건 이행 차원에서 은행 예금자에게 과세를 해야 했다. 러시아와의 조세 협정으로 전체 예금의 30%가 러시아로부터 흘러들어온 자금이었는데 어떻게든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한 러시아인들이 예금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한두 달 만에 개당 13달러에서 266달러로 치솟았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배경도 금융 안정성과 큰 관련이 있다. 등장 시기도 미국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현실로 닥쳤던 2009년이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개발자는 "중앙은행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신뢰로 기존 화폐가 작동했지만 국가 화폐의 역사는 이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며 "은행이 우리가 맡긴 돈을 잘 보관하고 전달할 것으로 믿었지만 그들은 그 돈을 함부로 대출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환율, 부동산 가격 등락, 금리 등과 관련된 금융위기나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게끔 설정했다는 뜻이다.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치는 세계 금융이 불안정할 때마다 꾸준히 상승해 왔다. 비트코인을 연구해온 홍익대 경영대 홍기훈 교수는 "비트코인의 이런 측면은 금 같은 광물과 속성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다 현재는 1비트코인당 2500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일반인도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측면은 또 있다. 채굴(mining)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금을 캐러 가는 것처럼 복잡한 장비 대신 최고 사양의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캘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우리나라 컴퓨터 부품 시장은 그래픽 카드 품절 대란을 겪었다. 그래픽 카드란 컴퓨터에서 처리되는 과정을 모니터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고해상도이며 고도로 복잡한 연산이 가능하다. 지난 5월 1일 일본이 비트코인을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든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사람이 만든 수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발굴이 가능하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0분에 한 번씩 바뀌는 64자리 숫자·알파벳 조합을 맞추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주어지는 식이다. 64자리 중 뒷자리 45개는 비트코인이 전송됐던 과거 기록을 암호화해 담고 있지만 앞자리 19개는 난수를 통해 얻어지는 무작위 값이다. 채굴하려는 사람은 앞 19자리를 맞춰야 하는 셈이다. 수학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10분 만에 19자리를 모두 맞추기 위해서는 컴퓨터 수백 대를 동원해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비트코인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광부'들은 컴퓨터와 그래픽 카드 수백 장을 24시간 돌리곤 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건 매우 어렵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고가의 주문·제작 그래픽 카드 같은 장비를 새로 준비해야 하는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비트코인 가격이 뛰면서 경쟁자가 많아져 확률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 번 문제를 맞히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은 현재 12.5개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50비트코인이, 이후 4년간은 25비트코인이 주어졌고 2017년부터는 그의 절반인 12.5비트코인이 주어지고 있다. 이 액수가 점점 줄어 2140년 비트코인 총 발행량 2100만개를 마지막으로 채굴이 불가능해진다는 게 나카모토 사토시의 계획이다.

투자 넘어 투기 열풍…가짜 가상화폐 등장

비트코인 개발자 나카모토 사토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 자신이 비트코인 웹사이트에 '37세 남자, 일본 거주'라고 등록해 놓았지만 그조차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에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의 대학교수가 있으나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본인이 밝혔다. 매끄러운 영국식 영어를 쓰다가 미국식 영어를 쓰기도 해 한 명이 아니라 개발자 그룹이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후에도 수많은 언론이 그를 추적했지만 그가 누군지 밝혀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정체가 모호한 것과는 달리 비트코인 시스템은 누구나 공짜로 가져다 사용·변형할 수 있는 오픈소스(open source) 방식으로 돼 있다. 덕분에 비트코인과 비슷한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 '리플(Ripple)' 등 각기 다른 개발자들이 선보이고 있는 가상화폐들도 비트코인 시스템에 기반한 것들이다. 가상화폐 리서치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후 전 세계적으로 928종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그렇다 보니 "비트코인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가상화폐를 악용한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알라딘' 등 5가지 가짜 가상화폐를 내걸어 6100명에게서 611억원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은 이들이 실제로 가상화폐를 만들지도 않았으면서 만들었다고 하고 "가상화폐 발행 사업에 투자하면 6개월 뒤 원금의 3~5배를 준다", "최고 1만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등의 말로 속여 한 사람당 최대 2억1000만원을 가로챘다고 밝혔다. 6월 초에도 비트코인과 비슷한 가상화폐를 만들었다며 5000만원 이상 투자자 1000여명을 모집해 설명회를 벌이다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힌 일당도 있었다.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상화폐의 경우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해 공시할 수 있기 때문에 손쉽게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경찰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실제로 발행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경우"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80조원에 달하면서 새로운 투자처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기훈 교수는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했다고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며 "화폐로서의 기능보다는 일종의 새로운 투자 대상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잉 투자가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 및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힐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bithumb)'의 거래량이 지난 29일 오전 22만7643비트코인을 기록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 달 전만 해도 미국 1위 거래소 절반 수준이었지만 급작스러운 투기 열풍이 분 결과다. 연초 10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개당 가격도 치솟았다. 금감원도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이 우려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트코인 대박'이 터졌다는 이야기도 소문만 무성하다. 코빗 김진화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거래소가 생긴 것은 2013년 코빗이 처음이고, 당시 1비트코인 가격이 70달러였다"며 "지금 2500달러 정도이니 수백, 수천 배를 벌었다는 말은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