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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지능 부러워마세요

목사골 최 2016. 3. 25. 17:09

알파고 지능 부러워마세요

당신 뇌가 '집단지성'입니다1202개 CPU 알파고 vs 1000억개 신경세포 인간신경세포 속 지식, 1000조개 시냅스로 촘촘히 연결인간 뇌 침팬지와 95% 같지만 일부 유전자 변이가 언어습득·고등 학습능력 등 큰 차이 불러와매일경제 | 원호섭,이영욱 | 입력 2016.03.25. 16:04


1931년 6월 26일, 7개월 된 침팬지 '구아'는 미국 심리학자 윈스럽 켈로그 박사의 집으로 입양됐다. 애완용이 아니었다. 10개월 된 켈로그 박사의 아들 도널드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 가족이었다. 켈로그 부부는 구아를 사람으로 대했다. 유모차를 태우고, 밥을 먹였으며 변기 사용법을 가르쳤다. 구아는 도널드보다 먼저 변기를 사용할 줄 알았으며 부모 말을 잘 들었다. 반면에 도널드가 잘 한 것은 구아를 모방하는 것이 전부였다. 실험은 9개월 만에 끝이 났다. 도널드가 침팬지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여러 실험 결과 침팬지는 유아기 시절 놀랄 정도로 빠른 학습능력을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무엇보다 언어를 배우지 못했다. 침팬지 두뇌 수준은 세 살 미만 어린아이에 머물렀다. 반면 사람은 자라면서 말하고 학습하며 배워 나간다. 구아와 함께 자란 도널드는 훗날 의대를 거쳐 정신과 의사로 성장했다. 구아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유아기 시절 별 차이가 없었던 구아와 도널드가 커가면서 엄청난 격차를 보이게 된 핵심은 '뇌' 때문이다. CPU 1202개를 장착한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도 인간의 뇌가 갖고 있는 고등인지능력 덕분이다. 사람의 뇌는 크고 무겁다. 침팬지는 0.42㎏, 고릴라는 0.5㎏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뇌는 1.35㎏에 달한다. 코끼리 뇌는 약 6㎏이지만 몸무게 대비 뇌 중량을 비교하면 인간 1.85%, 코끼리는 0.13%에 불과하다. 단순히 크고 무겁다고 해서 인간의 뇌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 수가 지능을 결정한다. 인간 뇌에 있는 신경세포는 1011, 즉 1000억개다. 침팬지 220억개, 고릴라 330억개보다 월등히 많다. 김이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연구위원은 "진화적으로 가장 늦게 발달한 대뇌 피질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는 인간이 163억개로 고릴라(91억개), 침팬지(60억개)보다 많다"며 "바로 이 대뇌피질이 인간의 고등인지기능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무수한 신경세포만 가지고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각기 다른 신경세포를 연결해주는 '시냅스'라는 부위가 있기 때문에 '위대함'으로 승화된다. 시냅스에서는 다른 세포에서 볼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난다. 호르몬과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기도 하고 전기신호가 발생하면서 연결된다. 뇌를 쓰면 쓸수록 시냅스 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뇌 발달이 촉진된다.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면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학습했던 내용을 꺼내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 뇌에 있는 시냅스는 약 1000조개에 달한다. 시냅스 간 연결이 인간이 학습하고 겪은 많은 경험들의 총합체로 발현되는 것이다. 1202개의 CPU와 이를 연결하는 무수히 많은 반도체 회로로 무장한 알파고는 일단 숫자만으로도 인간의 뇌를 따라올 수 없다는 의미다. 이미 인간의 뇌는 자신이 경험한 지식들을 담은 신경세포가 시냅스로 연결돼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는 '집단지성'의 원조인 셈이다.

이런 위대한 인간의 뇌도 사실은 작은 유전자의 변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5% 이상 같지만 불과 수~수십 개의 염기서열 변화가 차이를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SRGAP2'라는 유전자는 인간 뇌의 신경망을 강화시켜 준다.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유전자는 SRGAP2의 변형인 'SRCAP2c'인데 240만년 전 나타났다. 이 유전자를 쥐에게 넣으면 쥐 뇌의 시냅스가 활성화된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인 언어능력도 단 한 개의 유전자 변형에서 나타났다. 'FOXP2' 유전자의 일부 염기서열 변화로 인해 인간은 다른 동물에겐 없는 언어능력을 갖게 됐다. 쥐에게 있는 FOXP2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사람처럼 바꾸면 쥐의 울음소리가 바뀌고 뇌 신경세포에 변화가 생긴다. 김 연구위원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뇌를 구성하는 원자, 분자, 단백질 등 성분은 같지만 신경세포 간 연결돼 있는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뇌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인류가 뇌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1% 미만이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이론을 찾아냈다. 먼저 어릴 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뇌과학자들은 '일부' 맞는 이야기지만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어렸을 때 '말랑말랑'하다. 뇌가 발달해 가면서 신경세포를 잇는 시냅스가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너무 어린아이에게 강압적으로 언어를 가르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세 이하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은 이미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뇌의 이해 및 학습 과학'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근거 없음"이 밝혀졌다. 오히려 무리한 외국어 교육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를 증가시켜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을 저해한다. 정민환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부단장은 "글자와 언어의 발달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상당히 늦게 나타났다"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손을 쓰면 머리 발달에 좋다는 이야기에 간혹 강제로 양손을 쓰게 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 역시 아이를 망칠 수 있다. 20세기 초 시작된 이 주장은 20세기 중반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11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손잡이가 학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약간 더 크다고 나타났으며 스웨덴에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담배와 같은 중독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뇌 발달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담뱃잎을 포함한 가지과 식물에서 발견되는 니코틴은 뇌 신경세포 간 흥분과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뇌 발달 시기에 니코틴에 중독되면 신경세포 성장 조절 이상, 신경세포 분화와 발생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박주민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연구위원은 "니코틴 중독 쥐에게서는 사람의 ADHD와 같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는 머리를 차게 하는 것이 두뇌 발달에 좋다고 이야기한다. 정확한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2010년 미국 센트럴미주리대 연구진은 미국 48개주 8~12학년 학생들 IQ와 주별 온도에 따른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추운 지역에 사는 학생들 IQ가 미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단장은 "뇌는 인간이 섭취하는 에너지 중 20~30%를 사용한다"며 "그만큼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이를 식혀줄 수 있다면 뇌 발달이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역시 가설일 뿐"이라며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아이 머리를 차갑게 키우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