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상식

인공지능 '신의 한수'

목사골 최 2016. 2. 17. 10:40

드디어 컴과 인간의 대결로 바둑시합이 벌어진다 특히 이세돌이란 걸출한 한국

기사와 흥미진진한 대전 보고싶다....


인공지능 '신의 한수' 멀지 않았다

주간경향 | 입력 2016.02.17. 10:00

     

ㆍ알파고 대 이세돌 9단의 대결 주목…컴퓨터의 ‘자가학습 능력’ 활용 확대 기대

다음달 9일, 전 세계의 이목이 유튜브로 중계되는 바둑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자타공인 바둑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최고수인 구글 ‘알파고(AlphaGo)’의 첫 대국이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인공지능 컴퓨터 사상 최초로 프로 바둑기사를 꺾으며 기세를 높인 가운데, 이세돌 9단이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세기의 대결’을 수락한 결과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서울에서 9일부터 10일, 12일, 13일, 15일 등 총 5번 열린다. 모든 대국은 유튜브에서 생중계되며, 이번 대국에는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이미 알파고는 지난해 유럽 챔피언을 지낸 판 후이에게 5전 전승을 거뒀다. 프로 바둑기사를 최초로 꺾은 인공지능 컴퓨터로 지난달 과학잡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25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이 인공지능 컴퓨터에 패배를 맛본 순간이었다.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바둑은 인공지능이 쉽게 인간에 도전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 기술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 후이와 대결을 벌였지만, 당시에는 경기가 생중계되지는 않았다. 이번 이세돌 9단과의 경기는 명실상부 바둑 세계챔피언과 인공지능 컴퓨터의 대결인 데다 모두 생중계되기 때문에 관심이 한층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에 따라 아직까지 인간의 직관과 판단력이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될지, 아니면 체스에 이어 바둑까지 컴퓨터가 인간을 뛰어넘는 기점이 될지 향방이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이미 20년 전 체스 게임에서 인간을 뛰어넘었다. 1997년 ‘딥 블루’와 러시아 출신의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대결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다. 1996년 2월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3승2무1패로 우위를 보였지만, 1997년 5월 또다시 맞붙은 카스파로프와의 대결에서 딥 블루는 6번의 대국 중 2승3무1패를 기록해 정식 체스 경기에서 챔피언을 꺾은 최초의 컴퓨터가 됐다. 당시 카스파로프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의 창의성을 봤다. 경기를 하는 동안 기계가 학습했다”고 말했다. 이후 2006년에도 인공지능 ‘딥 프리츠’가 체스 세계챔피언 블라디미르 크람니크와의 대결에서 2승4무로 이겼다. 최소한 체스 영역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게 된 것이다.

이후 인공지능은 퀴즈쇼, 바둑과 같이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서 인간 수준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카스파로프는 “기계가 학습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는 정말 ‘스스로 공부하기’를 시작했다. 딥 블루를 만든 IBM은 2011년 2월 ‘왓슨’이라는 슈퍼컴퓨터를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세 차례 출연시켰다. 당시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힌트를 학습해 문제를 맞혔다. 왓슨은 제퍼디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와 최다 상금 수상자 브래디 러터를 물리치고 7만7147 달러의 상금을 얻었다.

알파고와 맞대결을 앞둔 이세돌 9단.

이미 인공지능은 인간 스스로 두려워할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알파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인 구글 딥 마인드는 “인간과 바둑대결을 펼치기 위해 알파고가 바둑을 공부한 시간을 인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000시간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파고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프로 바둑기사를 쓰러뜨린 비결은 이렇다. 지금까지 개발된 바둑 프로그램은 아마추어 기사 수준에 그쳤다. 1997년에 사상 처음으로 체스 세계챔피언을 무너뜨린 IBM사의 ‘딥 블루’도 무작위 대입 방식으로 경우의 수를 따져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통해 엄청난 경우의 수를 일단 한 번 걸러낸 뒤, 각각에 대한 승률을 평가한다. 일단 좀 더 똑똑하게 경우의 수를 걸러내게 됐다고 보면 된다.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고 부르는 신경망이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이길 가능성이 높은 수만 고려하도록 일단 범위를 좁혀주면, ‘가치망(value network)’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신경망이 각 수에 대해 승률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두게 되는 것이다. 알파고는 일단 정책망이 다음 수를 57% 정도 예상할 수 있을 때까지 3000만 가지의 수를 훈련시킨 뒤, 이후 ‘강화학습’이라는 시행착오 프로세스를 사용해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까지 터득했다. 또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의 경기에서는 총 500번의 대국에서 한 번만 패했다.

이 같은 방법이 아니라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최근까지 10년 이상이 지나야 컴퓨터가 세계 바둑 챔피언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바둑이 체스와 비교해서도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체스의 경우는 첫 수로 둘 수 있는 경우의 수가 20개에 불과하지만 바둑은 55개나 된다. 바둑판의 점은 361개나 되고 첫 수 이후 어디든지 둘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바둑이 체스보다 10의 100제곱 배 이상으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와 데이비드 실버 박사(오른쪽)가 화상으로 알파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고유 영역까지 진화

알파고의 자가학습 능력은 이세돌 9단과의 빅 매치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지능이 현실적인 난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런 능력을 현실세계에 대입하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구조를 찾아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범용적인 알고리즘을 갖게 된 셈”이라며 “결국 바둑이라는 게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학 분야를 예로 들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스스로 환자 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뒤 적절한 진단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을 학습해 특정 질병에 걸맞은 진단과 치료 계획을 직접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의 대주제도 로봇·인공지능 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는 상황이 다가오면서 어떻게 이용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 데 따른 것이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 분야를 눈여겨보면서도, 막상 인간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맞대결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구글 측은 승률을 ‘반반’으로 전망했다. 이세돌 9단은 “결과와 상관없이 바둑계 역사에 의미있는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의 실력이 이미 상당하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제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신의 한 수’가 인간의 손끝에서 나올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이윤주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