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삼성스포츠] 최근에 우연히 보게 된 한 보험사의 광고입니다. 병원 진찰실에 들어선 환자가 의사로부터 "죄송합니다만, 앞으로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준비하셔야겠습니다"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습니다. 착잡한 표정으로 진찰실에 혼자 남은 환자는 건강검진표를 한 장씩 넘기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은 6개월입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눈물샘 자극 동영상이라고 하기엔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찔리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저건 고도의 마케팅 활동이라고 굳게 마음먹고 보아도,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보면 분명 '가족'이란 우리를 뭉클하게 하는 그 무엇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집에서 먹고 자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말 온전히 함께 했던 시간들은 과연 얼마나 되는 걸까요?
그 어느 때보다 가족 사랑, 가족 행복 등을 다시 되새겨보는 한 해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개인화되고, 피상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가족愛 상실의 시대에 대한 반증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인간관계의 최소 단위였던 가족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됨을 배울 수 있는 터전이었으며, 감정과 정서의 뿌리였습니다. 교육과 문화, 전통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서당이었습니다. 과거의 가족이 찐득찐득하고 주먹밥이었다면, 지금의 가족은 메마르고 부서지기 쉬운 모래로 만든 공입니다. 조금만 툭 하고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지 모르는 위기의 가족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가족들간의 끈끈한 결합을 해체하고 있는 첫번째 요소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제가 스마트폰에 붙인 별명은 바로 '가족 소통 방해꾼'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도 나누곤 했지만, 이 요물이 생긴 뒤로는 한 집안에 있어도 말로 하지 않고 문자를 주고받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같은 공간에 살아도 인터스텔라, 즉 별과 별 사이만큼이나 동떨어짐을 느끼는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족들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은 두번째 요소는 바로 '이기심'입니다. 가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법입니다. 과거엔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 희생을 도맡아 해왔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일생을 바친 어머니란 존재가 있었기에, 나머지 식구들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시대가 바뀐 지금엔 어느 누구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습니다. 요즘의 엄마들은 직장일로, 아이들 양육으로, 자기 계발로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니까요. 과중한 학업과 고된 근무 환경이 가족생활에 할애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변명하더라도, 그럴수록 더욱 더 저마다의 이기심을 조금씩 접고 가족을 유지하는 일에 함께 뛰어들어야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꽃피우는 가족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기업들도 있으나마나 한 '가족의 날'을 만들어 어쩌다 한번 강제 조기퇴근을 시행할 게 아니라, 제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가정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고뇌하는 작가의 표상인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 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재난'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세 아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가정에 철저하게 무관심했던 그는 쉬지 않고 타국을 여행하고 돌아다녔습니다. 수학자의 집안에서 자란 스위스 최초의 사진작가였던 첫번째 아내 마리아는 예민하기 그지 없는 남편의 비위 맞추기와 지칠줄 모르는 역마살에 지쳐 결국 헤세의 나이 46세에 이르러 이혼을 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주어진 의무는 행복하라는 것 한 가지 뿐'이라고 헤세 자신은 시를 통해 노래했지만, 작가로서의 자기 행복에만 집중한 나머지, 가족들을 외롭고 쓸쓸한 불행의 동굴 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어떤 가족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2014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가족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나요? 답을 찾아보는 12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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