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자식때문에...

목사골 최 2013. 11. 8. 08:50

한국의 60대 "자식 때문에"

전세·혼수비 등에 노후자금 내줘… 순자산 6년새 3분의 1이나 줄어 한국일보 | 조철환기자 | 입력 2013.11.08 03:33

 

시중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2008년 은퇴한 A씨(63). 30년 넘게 다닌 은행을 나설 때는 3억원 넘는 퇴직금과 차근차근 모아 둔 돈으로 여유 있는 노후를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올 초부터 다니던 은행의 채권추심 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아들, 딸을 결혼시키면서 전세와 혼수비로 3억원 가까이 써 버렸다. 수입이 없는데도 매월 품위유지를 위해 50만원 가량의 경조사비를 지출하다 보니, 재산이라곤 30평 아파트 밖에 남은 게 없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한국의 60대 이상 고령층이 '새끼를 위해 제 살까지 먹이로 내주는' 늙은 거미를 닮아가고 있다. 은퇴와 동시에 수입이 끊겼는데도, 취직은 했으나 여전히 자신에게 의존하는 자녀 세대의 부담까지 떠안는 바람에 보유 재산이 연 평균 2,500만원씩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KLI)이 내놓은 '고령층 고용동향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2년 현재 60대 중반(63~68세)계층의 평균 순자산(자산-부채)은 2억6,373만원으로 6년 전(4억1,791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나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500만~3,000만원, 6년 전체로는 보유 재산의 3분의1 가량을 줄어든 것이다.

이번 분석은 통계청 가계자산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는데, 이 기간 중 다른 연령대의 보유재산은 모두 증가했다. 2006년 40대 초반이던 계층(2억4,997만원)의 재산은 6년간 4,400만원 가량 증가했고, 6년 전 40대 중반(45~50세)이었던 계층의 보유재산도 5,000만원 이상 늘었다.

한밭대 이준우 교수는 "현재 60대 후반 고령층은 체계적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은 대표적인 세대"라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장성한 자녀가 부모에 의지하는 경우가 늘어나, 부모 세대의 부담도 그만큼 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2, 3년간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률이 크게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3분기 기준) 38.7%에 머물던 60세 이상 고용률이 2013년에는 40.4%로 1.7%포인트나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고용률(60%→60.3%) 상승 폭(0.3%포인트)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이다.

한편 최근 6년간 경기성장이 둔화하면서 40대 중반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보유재산 규모가 과거 대비 감소했다. 2006년에는 40대 초반의 평균 순자산이 2억5,000만원에 육박했으나 2012년에는 2억3,800만원으로 줄었고, 50대 초ㆍ중반의 순자산도 6년 전 또래 계층보다 3,000만~6,000만원 가량 적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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