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얼음골(재천)

목사골 최 2013. 10. 17. 20:59

 

[행복 걷기]산과 물이 빚어내는 청풍호의 진면목-제천 자드락길

레이디경향|입력2013.10.16 11:21

 
'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땅에 난 작은 오솔길'. 자드락길은 이름에서 주는 어감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길이다.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충북 제천.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비단결 같은 청풍호와 수려한 산세를 넘나드는 호사를 누렸다.




 

천년고찰에서 세상 삼라만상과 마주하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품고 있는 제천은 물만큼 산도 많은 곳이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장엄한 비경을 품은 월악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 등 수려한 산세에 숨어 있는 마을도 많다. 자드락길은 제천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 마을을 아우른다. 총 길이 58km, 7개의 다양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코스마다 개성이 뚜렷해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그중 두 번째 코스인 정방사길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길이다. 산행을 즐기지 않거나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이라도 만족스럽게 둘러볼 수 있으니 꼭 한번 가보자. 길은 금수산의 숨은 계곡인 능강계곡 입구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정방사까지는 약 2.5km. 사찰 바로 밑에 주차장이 있어 차로도 닿을 수 있지만 맑은 계곡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솔숲을 따라 걷는 것도 좋다.





느린 걸음으로 1시간쯤 걸었을까? 정방사로 이어지는 돌계단에 올라 일주문 대신 세워진 석문을 지나니 제일 먼저 해우소가 나타난다. 근심과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 했던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해우소 작은 창에 청풍호의 그림 같은 절경이 담겨 있다. 법당에 오르기 전 잊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해우소를 나와 법당 앞마당으로 올라서니 이번에 더 큰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날아갈 듯한 비봉산과 푸른 청풍호, 월악산 백두대간 능선이 한데 어우러져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금수산 절벽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산사가 이토록 넓은 풍광을 품고 있을 줄이야. 세상 삼라만상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에 저절로 넋을 놓는다.





청량한 기운 가득한 치유의 숲길 따라, 얼음골 생태길


정방사에서 다시 능강계곡 입구로 돌아와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자드락길의 세 번째 코스인 얼음골 생태길이 시작된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빙혈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보기 위해 피서객들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능강교에서 출발해 돌탑과 만당암을 지나 얼음골까지 5,4km의 숲길이 이어진다.





얼음골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길에 들어서니 한낮의 열기가 금세 사그라지는 기분이다. 몸을 감싸는 청량한 기운도 느껴진다. 능강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숲을 따라 걷는 이 길은 일상의 고민을 내려놓고 조용히 사색에 잠기게 되는 길이다. 연자탑, 족두리 바위 등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과 야생화, 요즘 도시에선 보기 힘든 나비와 곤충들을 벗 삼아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이 길에 유난히 많은 것이 있는데, 바로 돌탑이다.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하나 둘 쌓아 올렸다고 보기에는 규모와 양이 상당한데 이곳 금수암의 관봉 스님이 지나가는 객들과 함께 통일을 기원하며 쌓은 돌탑들이란다. 그 수가 5백여 개나 된다고 하니 그 정성스러움에 마음이 절로 공손해진다. 계곡 상류에 가까워지자 물소리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경관이 확 트이며 너덜 지대가 펼쳐진다. 돌무더기 위로 올라서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여기가 바로 얼음골이다. 군데군데 얼음을 캐려고 파헤쳐진 구덩이에서 김이 서려 나오고 한기에 오싹해서 닭살이 돋을 정도다. 이곳의 얼음은 초복에 가장 많이 어는데 그 얼음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알려져 있다. 얼음골까지 가는 것이 멀게 느껴지면 돌탑길까지 걷는 것을 추천한다.





자드락길의 백미, 괴곡성벽길


옥순봉쉼터에서 시작해 다불리와 지곡리 산간마을들을 돌고 옥순대교로 순환하는 괴곡성벽길은 멋진 조망과 다양한 식물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자드락길의 백미다. 총 길이는 9.9km. 자드락길 가운데 난이도 '상'에 속하지만 재미와 만족도 역시 '상'이다. 삼국시대에 성벽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이 길은 산삼을 캔 심마니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간직돼 있다. '자드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길이 이어지는데, 오르고 내리는 오솔길을 따라 정겨운 시골 마을의 풍경과 푸른 청풍호, 소나무 숲길 등 다채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옥순대교를 건너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드락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고 그 뒤로 성벽길이 시작된다. 오르막이긴 하나 경사가 완만하고 또 편안한 흙길이라 쉬엄쉬엄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무성한 숲길 옆으로 부처손과 벌개미취, 꿩의 다리 등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고 나무 사이로 푸른 청풍호가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윽고 '사진 찍기 좋은 곳'에 도착하자 물과 산이 고요히 조화를 이루는 제천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멀리 소백산과 월악산, 금수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로는 청풍호의 푸른 물이 넘실거린다. 한눈에 담기 힘든 산과 호수, 하늘의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갔던 길을 되돌아와 서쪽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소박한 산골 마을 다불리를 만난다.





Travel Tip


자드락길은 전체 7코스 외에 뱃길이 하나 더 있다. 자곡리 나루터에서 옥순대교 나루터로 이어지는 호반길로 배를 타고 청풍호를 가르며 금수산과 옥순대교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만족감을 주는 길이다. 선박 이용 요금은 1인당 5천원이며, 4명 이상 승선시 운행하므로 가족단위로 이용하기에 좋다. 비봉산 정상까지 오르는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도 지난해 개장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 ■취재 협조 / 제천시 관광과 ■의상 협찬 / 컬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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